경기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투명하고 공정한 의회 운영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는 반면, 대다수의 의원들이 권위의식을 버리지 못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자정노력을 위한 조례를 발의한 의원을 향해 공식 회의에서 ‘백로인 척 하지말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권위의식과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태도로 인해 의회의 선진화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마저 높다.
도의회는 5일 제275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도의원들의 관광성 외유를 차단하기 위해 국외여행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안’을 재석의원 80명 중 찬성 40, 반대 24, 기권 16으로 부결시켰다.
이상성(진·고양) 의원이 발의한 해당 조례안은 앞서 지난 4일 운영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주요 내용들을 대부분 수정해 사실상 ‘누더기 조례’로 변질된 상태였지만, 의원들은 “스스로 족쇄를 채울 수 없다”며 이 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조례안을 폐기처분했다.
이같은 의원들의 불만은 반대토론 과정에서 고스란히 확인됐다.
이날 문형호 교육의원은 조례안을 발의한 이 의원을 향해 “시민들의 눈치나 보고 인기에 발돋움하는 소신없는 의원이 되지 말아달라”며 “나 혼자만이 백로인 척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또 의원들이 갖고 있는 특권의식도 드러났다.
그는 “의원들이 공무로 나가는 중요하고도 중대한 사명감을 띠는 일을 심사를 받게 해 허수아비 꼭두각시 의원 짓을 하게 하는가. 이것은 우리 의원으로서 고유권한과 권리”라며 반발한데 이어, 도민의 한사람인 외부 심사위원을 겨냥해 “그들의 잣대에 광대놀이를 해야하나. 그들이 우리 의원들보다 상전인가. 툭 하면 혈세니 뭐니 하는데 우리는 세금 안내나”라고 주장했다.
결국 조례안이 부결되며 대표 발의자였던 이 의원은 표결 결과에 실망감을 표시하고 서둘러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도의회 관계자는 “이번 조례가 당초 취지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도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기대했는데 결과에 실망스럽다”라며 “사소한 권위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경기도의회는 갈길이 아직 먼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가 무노동무임금 원칙 및 영리목적의 겸직금지, 의원연금제 폐지 등 특권 내려놓기와 국회 개혁에 여야 없이 나선 가운데 무풍지대의 지방의회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