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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산 누출 규명 ‘삼성의 힘’ 넘어서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불산 누출 사고 규명과 관련해 지루한 진실 공방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경찰이 엊그제 사고현장 CCTV 확인결과, 대형 송풍기를 통해 탱크 룸 내 불산 가스를 외부로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하자 삼성은 즉각 불산 외부유출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이 CCTV 제출을 미루는 바람에 뒤늦게 알려진 내용인데, 이번에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경찰 발표는 진실이고, 삼성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애초 사고가 밝혀졌을 때 삼성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삼성은 매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숨겨왔던 일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삼성이 스스로 밝힌 일은 없다. 늑장 신고, 협력업체의 밸브교체 건의 묵살, 숨진 직원의 부검 결과 드러난 불산 기화, 몇 년 전 발생했던 불산 누출 은폐 등등 은폐하고자 했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침묵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니 동탄 주민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삼성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지난 1월27일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벌써 3주가 지났다. 화학물질 사고의 특성상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정도 및 범위가 규명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조사조차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번 주에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고는 하나 동탄 주민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신속히 꾸려졌어야 할 도와 도의회의 진상조사단 구성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지연되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삼성의 힘’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떨치기 어렵다.

주민의 생명권과 관계된 이번 사건은 시간을 끌 일이 아닐 뿐더러 사법당국의 손에만 맡겨 둘 사안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숨김없는 민관 합동조사가 필요하다. 삼성으로서는 기업비밀 등을 내세울지 모르나 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삼성이 능동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진상규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댄다면 얼마든지 합리적인 민관조사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을 덮기 위해 그동안 믿었던 ‘삼성의 힘’에 대한 유혹부터 떨쳐버려야 한다.

과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관련 의혹은 제대로 밝혀진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세계의 표준이니 초일류기업이니 운운하는 것은 거대한 기만이다. 특히 생명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하면 21세기 글로벌 기업이라고 자처할 자격이 없다. 삼성은 성역일 수도 없고, 성역이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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