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 공직사회의 화제는 단연 남구청 이모 국장의 ‘과장 강등사건’이다. 50대 중반으로 알려진 이 국장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인천시 징계위원회에 의해 강등이 결정됐다.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있지만 확정되면 2009년 강등제도가 도입된 후 인천시에서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이 국장의 경우도 술이 화근이다. 자신이 관할하는 부서가 우수부서로 평가받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직원들과 회식하던 중 사건이 벌어졌다. 1차 식사지리에서 이미 얼큰했겠지만 직원들과 2차로 노래방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국장은 8급 여직원에게 “자기, 엉덩이 예뻐”라며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여직원을 빈방으로 데려가 “나는 부단체장이 목표인데 너는 목표가 뭐냐”며 여직원의 손과 어깨를 접촉했다고 한다.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에서 4급 국장은 공직사회의 꽃이다. 행정고시를 거치지 않은 채 9급부터 시작하는 공무원은 5급인 사무관을 달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니 4급인 국장은 ‘논두렁 정기(精氣)’라도 타고나야 오를 수 있는 무척이나 높고 희소한 자리다.
그만큼 존경을 받고, 5급과는 완전히 다른 예우를 받는다. 우선 대부분 여비서가 딸린 개인 사무실을 제공받고 부하직원의 인사까지 챙길 수 있다. 또 급여를 비롯한 각종 판공비 등이 쓸 만큼 배정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공직에 입문해 무엇인가 이루었다는 성취감은 대단하다. 뿐만 아니라 평생 내조를 아끼지 않은 아내와 가족들에게도 큰 자랑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한 공무원’이다.
이제 ‘성추행범’이라는 주홍글씨로 인해 살아가는 나날이 힘들게 됐다. 강등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어제까지 지휘를 했던 부하 공무원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그가 목표로 했다는 부구청장을 향한 꿈도 접어야 한다. 복도를 지나노라면 뒤에서 쑥떡거리는 환청이 들릴 수도 있다. 줄어드는 급여와 각종 수당뿐 아니라 기술직의 경우 정년퇴직 후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앉는 특혜도 물 건너간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존경받던 가장이 몹쓸 사람으로 낙인찍혀 자식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것도 평생 동안이다.
이런 걸 두고 패가망신(敗家亡身)이라고 하나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