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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배려 없는 사회적 배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대한민국 최고 부자의 집안 이야기지만 아들의 중학교 입학까지 입방아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부회장의 아들은 서울에서도 영재들만 모인다는 Y국제중학교에 입학했다. 공부를 잘해서 당당하게 입시전형에 합격했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이 부회장은 ‘한부모 가정 자녀전형’을 이용, 아들을 ‘사회적 배려대상자’ 자격으로 좁디좁은 입학문을 통과시켰다.

이 부회장이 이혼했으니 한 부모 가정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켰다. 그러나 본래 취지를 훼손시키고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합법’적이지만 ‘정의’롭지는 못하다. 특히나 세계를 상대로 공정한 룰을 요구하는 글로벌기업 삼성의 후계자가 할 일은 아니다.

Y국제중학교는 2008년 개교 당시 서민들은 상상치 못한 엄청난 학비로 여론의 화살을 맞았다. 그러자 귀족학교라는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사회적 배려대상자’ 특례입학이다.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입학을 꿈꾸지도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취지다.

지구촌에서 손꼽히는 재벌가에서 자녀를 외국 명문사립학교에 보낼 수도 있지만 국민과 호흡하는 후계자 양성을 위해 노력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로 국민과 호흡하는 후세를 양성하고 싶었다면 일반 중학교에 보내도 충분했을 터이다. 이 부회장의 거주지 주변에는 특수목적교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부모들이 퍽이나 부러워하는 중학교들이 건재하다. 그리고 각종 ‘카더라통신’을 통해 전해지는 재벌가의 특별한 교육은 사적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커다란 문제 중 하나가 계층의 경직화다. 즉, 부와 권력이 세습되고, ‘개천에서 용(龍) 날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서민들이 유일하게 꿈꾸는 신분상승의 기회는 교육이다. 좋은 교육을 통해 우리 자식만은 나보다 나은 삶을 영위케 하기 위해 아버지는 투잡(two job)에 나서고, 어머니는 파출부라도 해서 과외비를 댄다. 따라서 자식들의 교육문제는 나라님의 자리까지 흔들 정도로 민감하다.

이번 일은 재벌가 후손의 특혜시비를 넘어 사회정의를 무력화시키고, 서민들의 꿈을 앗아간 박탈감이 문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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