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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콘클라베와 정치협상

한반도의 긴장감이 점증되고 있으나 수많은 세계인들의 시선은 로마로 쏠려있다.

‘베네딕토 16세’의 퇴임으로 제266대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들의 투표가 로마 시스티나성당에서 진행 중이기에 그렇다.

일부 방송국은 카메라 포커스를 시스티나성당 굴뚝에 맞춰놓고 새로운 교황의 탄생을 알리는 흰색 연기를 기다리는 열성이다.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비밀회의를 ‘콘클라베(Conclave)’라고 한다. 라틴어인 콘클라베는 ‘걸쇠로 문을 잠근 방’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700여 년간 계속된 전통으로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이 폐쇄된 공간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키 위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콘클라베는 1268년, 당시 교황이던 ‘클레멘스 4세’가 사망했으나 추기경단이 후임 교황을 선출 못하고 우왕좌왕한 데서 비롯됐다. 추기경들이 3년 넘게 시간을 허송하자 성난 로마시민들이 이들 추기경을 가두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했다. 꼼짝없이 갇힌 추기경들은 세상구경을 위해 서둘러 교황을 선출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러나 이러한 콘클라베도 시대 변화에 따라 2005년부터 바티칸 숙소에 머물고, 산책도 허용됐다.

하지만 외부와의 연락은 여전히 차단된다. 추기경단이 머무는 ‘성 마르타’ 건물과 시스티나성당의 인터넷 회선은 끊어지고, 방해전파로 휴대폰 등은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추기경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상태에서 신앙과 양심에 따라 투표를 계속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20세기 들어 교황선출에 걸린 시간은 평균 3일에 불과하다. 짧으면 이틀, 길어도 닷새 안에 100여명의 추기경들이 사전 후보선출 없이도 교황을 뽑았다. 지역과 연령, 보수와 개혁, 국적과 언어가 달라 극한 혼란이 있었음에도 5일 안에 합의를 도출했음이 놀랍다.

정부조직법을 놓고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리 정치권을 보노라면 콘클라베에 대한 강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여야 협상단을 폐쇄된 공간에 가두고,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차단한 채, ‘국민을 위한’ 합의도출을 강제하고픈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답답한 정치현실을 청산하는 하얀 연기와 타종소리를 듣고 싶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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