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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석사 표절 연예인, 박사 표절 고위층

배우 김혜수씨가 엊그제 석사논문 표절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팬들에게 사과한 후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12년 전 일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코미디언 김미화씨도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부 이론의 재인용 과정에서 연구자의 도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에 앞서 스타강사 출신 방송인 김미경씨도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접는다고 밝혔다. 김미경씨는 2007년 석사학위논문이 기준에 맞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양심을 팔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어쨌든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며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세 사람의 기존 이미지와 시비가 불거진 경위가 달랐기에 같은 논문표절이지만 이들에 대한 세간의 여론에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누구에게는 동정론이 우세한 반면 누구에게는 비난이 더 강하게 쏠리기도 한다. 김미화씨의 경우 논문표절과 상관없는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모두 결과적으로 깨끗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혜수씨는 곧 촬영이 개시될 드라마 때문에 활동을 그만두지는 못하지만 학위를 반납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연기에 더 열성을 쏟겠다고 말했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 공인으로서 당연히 그래야 한다.

문제는 연예인과는 비교도 안 되게 공적 책임이 무거운 인물 가운데 논문표절 책임을 지지 않는 인사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문대성씨의 경우 박사학위 논문이 확실한 표절이라는 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19대 국회의원 직을 수행하고 있다. 19대 의원 가운데 논문표절 문제가 불거진 인물은 문씨를 포함해 7명에 이른다. 대통령 비서실장인 허태열씨도 박사논문 표절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대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재우씨의 경우 박사학위를 준 대학에서 표절이라고 판정했음에도 재심 운운하고 버티다가 재심이 기각된 후에야 마지못해 지난 3월 초 사의를 표명했다.

논문표절이 ‘지적 도둑질’이고, 양심을 속이는 행위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표절과 인용의 경계가 매우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학위논문을 작성하려면 그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명백한 표절이 밝혀진 뒤에 뒤늦게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자신을 속이고, 학문을 속이는 자는 공인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공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국가의 수치다. 석사학위논문을 표절한 연예인에게 엄하게 책임을 묻는 사회라면 박사학위논문을 베낀 고위층에게는 더 강력하게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표절을 걸러내지 못하고 학위를 남발하는 대학을 제재할 수단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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