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재미있었어요. 워낙 밝고 귀여운 인물이라 촬영장 안팎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MBC TV 사극 ‘마의’에서 조선 17대 왕 효종의 딸 숙휘공주(1642∼1696)를 연기하며 사랑받은 김소은(24)을 최근 을지로에서 만났다.
그가 연기한 숙휘공주는 실존 인물이면서 동시에 허구의 인물로 그려졌다.
드라마에서 그려진 숙휘공주는 막무가내 철부지 같으면서도 귀엽고 순수한 예쁜 공주였다. 천하미천한 마의를 짝사랑해서 온갖 저돌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시집가자마자 청상과부가 됐지만 3년 탈상하고 나서는 ‘자유로운 과부’의 삶을 즐겼던 발랄한 여성이었다.
“‘해를 품은 달’에서도 발랄한 공주가 등장해서 그 역할과 차별화를 꾀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천방지축 말괄량이라는 점은 같아서 더 신선하고 새로운 숙휘공주만의 매력을 만들어야한다는 부담감이 처음에는 좀 컸죠. 또 동시에 공주의 품위와 위엄은 지키면서 발랄하고 애교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해서 그 선을 지키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숙휘공주는 짝사랑하는 마의 백광현(조승우 분)을 보기 위해 자신의 고양이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일부러 이벤트를 꾸며 저잣거리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애교가 넘치고 천진난만하다.
김소은은 “한마디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공주”라며 “실제로는 숙휘공주처럼 애교가 많지 않아서 초반에는 사랑스럽게 연기하는 게 너무 어색해서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런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그후로는 자신감을 갖고 연기하게 됐어요.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던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실제의 숙휘공주는 효종의 여섯 딸 중 넷째 딸이었다. 과부가 되긴 했지만 자녀도 있었던 것으로 기록됐다. 또 극중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가 아닌 다른 공주가 고양이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님이 효종의 딸들을 모두 하나로 합친 캐릭터가 숙휘공주라고 하셨어요. 실재했으면서도 상상의 인물을 연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화려한 한복을 원없이 입어본 것도 이번 연기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서른 벌 가까이 입은 것 같아요. 정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한복을 다양하게 입었죠. 끝나고 한 벌이라도 갖고 싶었는데 너무 고가라 안 주시더라고요.(웃음) 불편하기도 했지만 화면에 너무 예쁘게 나오니까 다 감수하고 찍었어요. 머리 장식도 화려해서 분장하는 재미가 컸어요.”
하지만 의술을 다루는 드라마라 숙휘공주도 한차례 병상에 드러누워야 했다. 두창(천연두)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것. 백광현의 외과수술로 살아났는데 그 수술을 받는 과정이 고통스러웠다.
“누워있는 채로 입안에 소형카메라를 넣고 촬영을 하는데 그 이물감이 정말 컸어요. 수술 장면만 10시간 정도 찍었는데 정말 아팠어요. 온몸에 계속 힘을 준 채로 촬영을 하니까 실제로 온몸이 아팠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005년 CF로 데뷔한 김소은은 ‘우아한 세계’ 등 영화 세 편에 출연한 후 ‘천추태후’의 채시라 아역을 거쳐 2009년 ‘꽃보다 남자’의 가을이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KBS 일일극 ‘바람불어 좋은 날’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6개월 간 한편의 드라마를 앞장서서 끌어가는 경험도 했다. 또 ‘천번의 입맞춤’ ‘해피엔드’ 등에 출연하며 부지런히 연기를 했다. 공주 역은 앞서 ‘천추태후’에서도 했었다.
“어휴 그때랑 비교하면 여러가지로 많이 달라졌죠. ‘천추태후’는 4년 전이고 정통사극이라 정말 어려웠어요. 연기를 못해서 초반에 혼도 많이 났고요. 이번에는 퓨전사극이기도 하고 숙휘공주가 극중 유일하게 현대 인물 같은 캐릭터라 많이 편했어요. 또 제가 그사이 연기적으로 많이 성장하기도 했고요.”
“지난 몇년 사이 여러가지 면에서 성장한 것 같다”는 그는 “예전보다 책임감이 많이 늘었고 연기의 무게감도 더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는 늘 어렵지만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상상과 창작을 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그 안에서 제가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