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스님’은 국가 지정 보물 제422호인 철불좌상이 모셔진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 스님의 별칭이다. 자신도 이 별칭을 기꺼워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운천 스님은 자신이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서 소외되고 가진 것이 없는 이들에게 무료로 먹인다. 군인들과 장애인, 노인, 노숙자 등 부르는 곳이 있으면 마다않고 달려가 현장에서 직접 면을 뽑고 짜장을 볶아 대접한다. 100여명부터 2천명에 달하는 많은 인원에게 한꺼번에 급식을 하려면 원가만 해도 만만치 않다. 스님은 ‘국우차’ 판매수익금으로 비용을 마련한다. 국우차는 돼지감자차다.
남원 가까운 지리산 자락에서 야생하는 돼지감자를 채취해 씻어 말리고 덖어서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에 좋다는 차를 만들어 불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찰 인근 밭에서 선원사 신도들과 손수 유기농 농사를 지어 짜장면 재료를 조달해왔다. 그런데 경제사정이 팍팍해지면서 국우차 판매도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짜장봉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스님의 속가 고향인 수원에서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율천동 노인들을 위한 짜장봉사 도중 면을 뽑는 기계에 손가락 세개가 빨려 들어가 으깨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다. 다행히 수술경과가 좋아 올봄부터 다시 봉사에 나서게 됐다.
이 소식은 스님을 아끼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수원을 위해 봉사를 하다 부상을 당한 스님을 문병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이후 봉사자들의 손길도 이어졌다. 율천동에서 수원지역 봉사가 다시 시작되자 염 시장도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지난 6일 수원시 이목동 정신장애인 시설인 바다의 별에서 실시된 짜장 봉사활동에서 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 박정운 국민은행 화서동지점장은 짜장면 2만 그릇에 해당하는 금액을 개인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그릇 당 원가를 1천원씩 잡아도 2천만원에 달하는 큰돈이다.
“스님께서 좋은 일을 하시다가 부상까지 당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저라도 스님이 봉사를 하시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결정을 하게 된 것이죠.” 부상 소식을 듣고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한 후 내린 결정이라는 박 지점장은 오는 17일 2천만원이 든 통장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앞으로 당분간 수원지역 짜장 봉사는 걱정이 없을 듯하다. 아무리 세상이 팍팍해졌다고는 하나 따듯한 사람들은 있다. 박정운 지점장의 선행이 널리 퍼져 좋은 일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