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소식이 빠르게 북상한다.남녘에 만개한 벚꽃이며 매화가 TV 화면을 환하게 밝히는 가운데 북한은 우리를 긴장케 한다. 개성공단 철폐며 통신두절, 핵, 미사일 등 안보를 위협하는 뉴스를 접하는 것이 두려운 요즘이다.
조카가 며칠 전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터라 가족들의 긴장과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하필 이럴 때 자원해서 군대를 꼭 가야겠느냐는 염려에 스물한 살의 청년은 당차고 믿음직스럽다.
대한민국의 사내로 태어났으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럴 때일수록 나라를 잘 지켜야 가족과 국민이 편안히 살 수 있지 않겠느냐며 본인은 걱정 말고 건강이 안 좋은 아버지를 부탁한다며 눈시울이 젖어들던 모습이 선하다.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철부지인 줄 알았는데 언제 저 녀석이 저렇게 의젓해졌나 싶다. 자유분방함을 벗어나 제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두렵고 긴장되겠지만 내색하지 않고 당당히 나서는 것을 보면서 굳건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해병대에 자원하는 젊은이가 많아졌다고 한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위협을 무릅쓰고 나서는 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간혹 고위층이나 인기에 영합한 일부의 병역비리 문제가 대두되기도 하지만 스물, 가장 혈기 왕성하고 꿈 많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나서는 우리의 아들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남자들에게 있어서 군대는 평생 간직할 추억이고 보람인가 보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고 한 번 졸병은 영원한 졸병인지 사회에서도 그 서열을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 남자이기도 하다.
오십이든 육십이든 술자리에서 나오는 단골메뉴가 군대 이야기다. 평소 말이 없던 사람도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활기를 띠고 시끌벅적해진다.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더 신바람 나는 것이 군대 이야기다.
이럴 때만큼은 현역이 아닌 방위로 군 복무를 한 친구들은 자존심이 상한다. 왠지 사내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듯 기가 죽기도 한다. 누가 뭐래서가 아니고 그들 축에 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눈치다.
국방의 의무가 고생과 위험도 따르지만 그만큼 꿈과 용기와 기쁨 또한 크다. 이것이 군대이고 군인이다. 하여 보통의 아버지들은 대한민국의 아들이라면 최전방에서 고생도 해보고 외로워도 보고 가족도 간절히 그리워 보아야 한다고 한다.
군 생활도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병역 생활을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고 친한 친구와 동행할 수도 있으니 많이 좋아지고 있다.
요즘의 불안함에 동생 내외는 애써 담담한 척하며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고 다른 사람도 다 가는 군대인데 괜찮다고 하면서도 연실 눈물 바람이다. 지나가는 군인만 보아도 다 내 아들 같아서 뭐라도 먹이고 싶고 말도 걸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이병에서 일병이 될 것이고 부모의 눈물도 말라 걱정과 근심에서 믿음과 대견함으로 바뀔 것이다. 아들들아, 자랑스러운 그대들이 있어 오늘도 편안하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시)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