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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하이패스

 

하이패스                                                                                              /임희구

외곽고속도로를 규정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속도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속도를 버리니

가야 할 곳의 멀고 가까운 개념이 없어졌다

급한 것 다 버리고 살아야겠다 생각하며 달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버스가 내 앞을 가로질러 간다

꽁무니에 근조라고 써 붙인 황천 행 버스다

살아오는 동안도 숨 막히게 바빴을 것인데

싸늘한 시체가 된 고인의 세상 마지막 길을

급하게도 모셔간다 앞차들을 추월하여 톨게이트를

하이패스로 통과한다

사는 것만큼이나 저승길 문턱도 하이패스다

라고 빠르게 보여주며 달려간다 쌩쌩

출처 - 임희구 시집 『소주 한 병이 공짜 』- 2011년 문학의전당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보면 달리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제자리에 있기 위해 계속 달려야 하는 역설. 100여 년 전에 이미 그 책의 저자 루이스 캐럴은 우의적으로 현대인들의 속도에 관한 강박관념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하이패스는 톨게이트 앞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쌩쌩 달려온 속도가 잠시의 정차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그것은 “살아오는 동안도 숨 막히게 바빴을 것인데” “저승길 문턱도 하이패스”로 통과하게 만든다. 만족을 모르는 속도의 끝은 어디일까.

/박설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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