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상위법을 그대로 베낀 조례를 발의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를 두고 의원들간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눈가리고 아웅’식의 안건들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더해주고 있다.
도의회는 13일 심숙보(새·비례) 의원이 발의한 ‘경기도 치매관리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다음달 임시회에서 심의할 예정인 이번 안건과 관련해 심 의원은 “치매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도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해당 안건을 발의했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해당 조례안의 모든 조항이 경기도 특성에 맞춘 별도조항 없이 상위법인 ‘치매관리법’을 그대로 차용해 당초의 취지에도 불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치매관리법의 ‘국가’를 ‘경기도’로, ‘지방자치단체’를 ‘시·군’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을 ‘경기도지사’로 행위 주체와 지역을 바꾼 것 말고는 토씨까지 거의 같은 상황이다.
치매관리법의 제5조(치매극복의 날), 제10조(치매연구사업), 제16조(중앙치매센터의 지정) 등 보건복지부 사업에 국한된 9개조와 처벌조항을 뺀 것 외에는 신규로 추가된 항목은 전무하다.
조례의 경우 법률에서 위임했거나 법률에서 다루지 못한 세부적인 내용, 지자체별 특성에 맞게 집행하기 위해 제정하는 것인 만큼 이번 안건은 그야말로 ‘쓸데없는’ 안건인 셈이다.
앞서 도의회는 매년 종무식을 통해 최다발의 의원에 대한 시상식을 개최하고 매년 의원발의건수 증가 사항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조례 발의건수가 의원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 실적주의를 부추긴다는 우려를 낳아왔다.
결국 이번 안건으로 인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안건 발의 과정에서의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안건이 입법예고돼 있기 때문에 치매 관리에 대해 법률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으므로 별도의 조례 제정은 필요 없다는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