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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남시-LH, 공공기관답게 처신하라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흘 연속 볼썽사나운 충돌을 빚었다. 불법건축물 등을 점검한다며 지자체가 공무원을 대거 동원하고, 이에 맞서 공기업도 직원들을 시켜 물리적으로 대치하게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충돌 원인은 LH가 재개발지구 세입자 순환이주용으로 지은 백현4단지 1천869가구를 국민임대주택으로 분양 공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6개월 동안 빈집 상태여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LH의 입장인 반면, 성남시는 2단계 재개발의 숨통을 죄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일이 불거졌다. 자초지종을 떠나, 지자체와 국내 최대 공기업이 백주에 조직폭력배 맞서 듯한 행태는 싸잡아 비난받아 마땅하다.

LH는 애초 용도와 달리 백현4단지를 분양키로 결정함으로써 성남시를 격분시켰다. LH는 백현3·4단지가 장기간 ‘유령단지’로 방치되면서 누적 손실이 490억원에 이르고 매월 12억씩 손해가 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백현3단지는 남겨두었고, 지난해 성남시부터 거절당하기는 했어도 순환이주단지를 위례신도시에 만들면 된다는 입장인 듯하다. 국민임대로 변경한 절차에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남2단계 재개발이 오랜 기간 헛바퀴를 돈 데는 LH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2010년 LH는 건설경기 침체와 경영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사업 중단을 선언한 적도 있다. 게다가 어렵게나마 성남시가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성남시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분양 결정을 내렸다.

그래도 그렇지, 성남시의 대응은 유치하다. 시 대변인이 나서서 ‘전쟁 선포’ 운운한 것부터 성숙한 태도는 아니다. 분양 전환이 정당한가, 아닌가는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문제다. 공무원들이 몰려다니며 꼬투리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감정적 분풀이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불법건축물 점검은 누가 봐도 억지다. 설령 대대적인 점검 자체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그동안 시 스스로 불법건축물 관리를 허술하게 해왔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복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걸 시민들에게 공포하는 격이니 자승자박이다. 시에 맞서 직원들을 동원한 LH도 유치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은 공공기관답게 원칙과 품위를 지키며 처신해야 한다.

성남시와 LH는 냉정을 되찾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로 돌아가기 바란다. LH는 시가 법원에 신청한 분양 금지 가처분 결과에 상관없이 분양을 중단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로 성남의 숙원인 구도심 재개발 사업 전반이 뒤틀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당장의 손익에 급급해 하지 않는 긴 안목이 요청된다. 성남시도 일단 실력행사부터 거두고 볼 일이다. 그 정도 자제력과 유연성은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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