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경협보험에 가입한 3곳 가운데 2곳이 보험금 지급을 신청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개성공단기업협회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입주기업 65개사가 1천946억원의 경협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이는 경협보험에 가입한 입주기업(96개)의 68%에 해당한다.
정부가 지난 8일 지급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불과 2주만이어서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기업들은 지금 쓰러지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어떻게든 버티는 상황”이라며 “공장을 못 돌려도 인건비·사무실 유지비·대출이자 등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생존을 위해 보험금 지급을 신청하고 있지만 지금 보험금을 받고 나오면 나중에 공단이 정상화됐을 때 다시 들어갈 일이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경협보험을 받는 기업은 정부에 공단 내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넘기게 된다.
정부는 정상화에 대비해 입주기업에 자산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할 방침이지만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로선 이를 행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입주기업 한 관계자는 “보험금을 갚아 자산을 되사려면 대출을 해야 되는데 수입과 담보가 없는 기업들이 무슨 수로 대출을 받겠느냐”며 “정부가 별도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공단에 돌아가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