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도는 중소기업육성자금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14년 간 단독 운영을 맡겼던 농협의 지위를 박탈하고 ‘시중은행 간 자율 경쟁 방식’ 도입을 결정했다.이에 앞서 농협은 도가 최근 과도한 융자 금리에 제동을 걸기 전까지 타 시·도는 물론 시중은행 대출금리 보다 1~2% 가량 높은 6~7%대의 고금리를 운용해왔다. 이는 도내 기업들이 도중기육성자금을 외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됐다.
■ ‘찬 바람’ 맞은 도 중기육성자금 = 연 1조원에 달하는 도중기육성자금은 운전자금, 시설투자, 신기술, 벤처창업, 여성창업, 소상공인 지원, 사회적기업 등 7개 분야로 나눠 지원된다.
도 중기육성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전자금 실적은 올 1~5월 말까지 1천5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천188억원에 비해 29.3% 감소했고 같은 기간동안 시설투자자금은 1천131억원으로 전년 동기(2천401억원)에 비해 52.8% 줄어 반토막 났다.
연도별로는 1조2천억원이 공급된 2011년의 경우 신청 금액이 1조1천168억400만원에 그쳐 배정 규모를 넘지 못했고, 1조원이 공급된 2012년도에도 신청 규모는 8천603억원에 불과했다.
도중기육성자금이 외면을 받은 구조적인 원인은 농협에서 운영한 고금리 탓이다. 이는 곧 농협의 ‘폭리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도가 농협에게 매년 100억원이 넘는 취급수수료를 추가 지원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됐다.
연간 100억원이 넘는 취급수수료는 은행간 자금 거래시 발생하는 대행료로 농협이 도 육성자금 융자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면서 발생됐다.
도가 ‘시중은행 간 자율 경쟁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금리 인하 효과뿐 아니라 연 100억원 이상을 농협에게 지불해야 했던 누수 비용(취급수수료)도 사라지게 된다.
■ 농협의 고금리 운용, 왜 가능했나 = 그동안 도와 농협이 운영하던 협약 금리가 제대로 조정되지 못한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 ▲단독 협약에 따른 비교 기준 부재 ▲저신용자 대출 리스크 등 3가지 이유로 압축된다.
지난해 금리가 인하된 것은 4분기 단 한번 뿐이다. 지난해 3분기 운전자금 평균 협약금리(변동금리, 신용제외)는 6.81%에서 4분기 0.29%p 내린 6.52%로 조정됐다. 3~4분기 인하는 3개월 마다 조정되는 조달금리의 변동에 따라 자동 인하됐다.
1~3분기 구간에서는 6% 후반대의 금리가 큰 변동없이 유지됐다.
반면, 시중은행들의 운전자금 가중평균 대출금리(한국은행에서 경제통계시스템)는 지난해 ▲1분기 5.82% ▲2분기 5.74% ▲3분기 5.43 ▲4분기 5.09%에서 올 1분기에는 5.02%로 내렸다. 시중은행 금리와 도-농협 협약금리 간의 금리 차가 1% 이상 벌어진 셈이다.
이는 조달 금리 이외에 도와 협상을 통해 조정되는 시장금리(가산금리)가 제대로 협약 금리에 적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1~2분기에도 두 차례의 조정을 거쳤지만, 농협의 자의적인 인하 조치가 있기까지 협약금리는 6%대 선이 유지됐다.
도가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도 적극적인 인하 조치에 나서지 못한 것은 금융계에 맞설 대응 시스템 부재이다.
협약 금리는 재원조달 비용인 기본금리(연 2~3%대)에 가산금리를 합산해 산출하는데, 은행의 내부 가산금리 체계가 워낙 복잡한 데다 ‘내부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농협 뿐 아니라 시중은행도 일일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당시 농협은 도 중기육성자금의 지원 대상이 5등급 이하 저 신용자로 이로 이한 높은 금융 리스크로 인해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그러나 도 중기육성자금을 받는 기업 대부분이 부동산 담보와 신용 보증서를 통해 융자를 받는 만큼 저 신용기업 대출로 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는 농협의 주장은 설득력이 낮다.
■ 제각각 다른 중소기업육성자금 운영구조 = 중기육성자금을 운영하는 전국 16개 시·도의 사정은 어떨까. 도가 그동안 운영한 단일 은행 협약방식을 운용하는 타 시·도는 대전시, 강원도, 충남도, 충북도, 경북도, 세종시 등 6곳으로 파악된다.
6개 시·도는 대부분 시설투자자금만을 단일 은행 융자로 지원하고, 운전 자금은 기금 또는 다수 은행 간 협약 융자로 이원화시킨 구조다.
운전·시설 등 자금 용도 전 부문을 단일 은행 융자로 지원하는 곳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대전시는 농협과의 단독 협약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운영 방식은 경기도와 다르다.
서울시와 같은 상한 금리만을 적용해 운영하고 자금의 용도를 300억원 규모의 시설자금에 국한하고 있다.
대전시가 정한 상한금리는 지난해 말 6.04%에서 올해 1월에는 저금리 기조에 따라 4.5%로 내렸다. 1%의 이차보전과 별도로 기업이 가진 보증과 담보에 따라 금리 수준은 더 내려가는 구조다.
강원도는 신한은행과의 단독 협약을 체결해 시설투자자금 융자(700억원)를 지원한다.
보증·담보·신용 또는 거치기간에 상관없이 고정금리를 운영하고, 금리는 지난해 말 5.61%에서 올해 초 5.13%로 내렸다. 여기에 2%p의 이자 부담을 도에서 덜어준다.
이는 올 1분기 경기도의 금리 수준인 4.74%(이차보전 적용)에 비해 대전시는 1.24%p, 강원도는 1.61%p 금리가 더 낮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