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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희의 향기로운 술 이야기] 여름을 이겨내는 지혜, 과하주 한 잔

 

6월은 계절의 경계에 선다. 봄은 자취를 감추고 여름의 숨결이 서서히 일상을 감싼다. 햇살은 짙어지고 공기는 점점 무거워진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자신만의 지혜를 찾아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술이다. 단지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는 한 방식으로서의 술. 바로 과하주(過夏酒)다.

 

과하주는 이름 그대로 ‘여름을 지나기 위한 술’이다. 1418년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등장하며, 조선시대 양반가에서는 주로 5월 무렵 담가 초여름부터 마셨다. 높은 온도에서도 상하지 않도록, 발효주에 증류주인 소주를 더해 보존성을 높였다. 그 풍미는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묵직한 안정을 주었다.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중요한 건 단순한 시원함이 아니라, 어쩌면 그런 ‘깊이’였는지도 모른다.

 

맛은 한마디로 깊고 조화롭다. 구수한 곡물 향이 먼저 퍼지고, 뒤이어 진한 단맛과 은은한 산미가 느껴진다. 차가움으로 혀를 자극하기보다, 온전한 발효가 주는 풍미로 입안을 부드럽게 감싼다. 특히 간장이나 된장 같은 짭조름한 장맛과 잘 어울려, 여름철 보리밥이나 찌개류와 곁들이면 더욱 궁합이 좋다.

 

고문헌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과하주를 지금은 몇몇 양조장에서 전통 방식을 되살려 그 깊은 맛을 이어가고 있다. 느리고 정성스러운 발효가 필요한 술인 만큼, 그 풍미는 현대인의 입맛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빠르게 흘러가는 계절 속에서 잠시 멈추어, 과거의 ‘슬로우 라이프’를 음미하게 해주는 술이다.

 

대표적인 과하주로는 화양의 ‘풍정사계 하’, 술아원의 ‘경성과하주’, 지시울의 ‘화전일취 백화’, 한통술의 ‘과하주 힙 스칼렛’, 객제의 ‘감탄주’, 국순당의 ‘백세주과하’, 제이앤제이브루어리의 ‘청혼골드’, 노금주가의 ‘일지춘과하주’, 한영석발효연구소의 ‘여해과하주’ 등이 있다.

 

여름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햇살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숨 막히는 밤이 계속될 때, 시원한 맥주 대신 서늘하게 식힌 과하주 한 잔을 택해보자. 입술에 닿는 순간, 조선의 여름을 건너던 선인들의 지혜가 고요히 스며든다. 과하주는 단지 마시는 술이 아니라, 계절을 견디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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