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참 웃긴 건 왜 하필 지금인가 하는 것이다.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으로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9월 정기국회를 통해 국정원 개혁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란죄’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왠지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느 대학교수가 지방 모 일간지에 기고한 서두의 내용이다. 극히 일부지만 어느 지식인들은 상식선을 넘어서는 이론(異論)을 펼쳐야 유식하게 보인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민주사회에서는 다양한 논점과 논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순수한 언론기고를 내란 혐의자들이 국가전복 모의를 희석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면 어찌되겠는가. 평소 안보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필자가 국정원의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수사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국정원의 수사 발표 시기에 대한 논란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지난 5월 통진당 회합 중 이석기 등의 내란 모의 발언이다. 통진당의 회합내용을 입수하여 충분한 내사를 거쳐 8월 말 수사로 전환했다는 국정원의 발표는 시기적으로 합리적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이전에 발표했더라면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술수로 매도될 것이고, 10월쯤에 발표한다면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책략이라고 할 것이다.
시기를 더 늦춰 내년에 발표한다면 지방선거를 겨냥한 공작정치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래하나 저래하나 무조건 구설수에 휩싸이게 돼있다. 그런 상태라면 국정조사가 끝나는 시점을 고려했다는 국정원의 해명이 더 타당성을 가진다.
둘째, 이번 RO사태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길이 없다’는 주장이다. 21세기는 투명한 사회다. 조금의 거짓이나 변명도 시간이 지나면 백일하에 드러난다. 그런 마당에 국가정보기관에서 내란죄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조작할 수 있겠는가. 만약 조금의 거짓이라도 발견된다면 국정원은 개혁보다 더 심한 해체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 뻔한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짓으로 조작을 했겠는가 하는 문제다. 국정원과 내란 혐의자들을 한 데 싸잡아 ‘누구든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식의 양비론적 태도는 자칫 국민들의 그릇된 시각을 유도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정원의 국내 보안정보 수집과 대공수사 업무를 한층 강화시켜야 되지 않을까.
셋째, ‘국정원의 프락치 매수 공작설’ 운운 등이다. 이는 한 마디로 사건 본질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하기 위해 등장했다. 국정원은 모든 내사과정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정원 요원이 위장 잠입하거나 또는 조직 내부의 조력자를 통해 정보를 입수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조사의 한 방법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모의가 엄연히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내란음모 혐의자들은 국민의 혈세를 국회의원 세비 등으로 받아 챙기며 그 돈으로 우리의 뒤통수에 총을 들이대는데, 국정원에서 조력자에게 돈 좀 주고 그들의 범법행위를 녹취했다고 해서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는가. 통진당 이석기·김재연 등은 지난해 부정경선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처럼 부도덕하고 비열한 절차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그들이 국정원의 프락치 매수 운운하며 절차상 하자를 들먹이는 것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이번 내란음모 사건은 휘발성이 강해도 너무 강한 사안이다. 이처럼 휘발성이 강한 사건을 찌질한 ‘댓글공작 진상규명론’이나 희석시키기 위해서 터뜨렸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국정원의 압수수색에 출입문을 가로막고 쉴 새 없이 문건과 자료를 파쇄기에 집어넣었던 그들. 민주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정체를 숨겨왔던 그들의 실체가 서서히 벗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