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전 세계 인류의 40%가 주식으로 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인 음식이다. 외국인과의 교류가 대폭 늘어난 요즈음 외국인들이 우리 비빔밥을 즐기고 떡을 먹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추석이 지나고 필자는 한인 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 LA와 샌디에이고 등지에서 경기도 농특산물을 홍보하는 판촉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미국 H마트와 도내 농특산물의 미국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한 바 있다. H마트는 불과 10여년 사이에 미국 13개주에 41개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로 성장한 업체다.
미국 현지에서 만난 마트의 점장은 ‘미국 시장에서 유망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경기미라고 답했다. 그러나 낮은 가격과 맛있는 쌀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 쌀 칼로스가 있는데 경기미가 경쟁력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 거듭 질문을 했지만 돌아온 답은 미소와 함께 ‘예스’였다.
점장은 경기미가 품질도 좋고 맛도 뛰어난 데다 가격도 비싸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경기미의 가격은 그 매장에서 제일 비싼 값에 팔리는 일본계 품종 쌀보다 높은 가격이었고, 이미 한국에서 보내온 물량이 상당부분 팔렸다는 것이었다. 경기미 중에서 제일 비싼 쌀이 국내에서 20kg에 6만5천원에 팔리고 있는데 미국으로 보낸 쌀을 20kg로 환산해 보면 약 12만원에 팔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물류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비싼 쌀이 미국에서 과연 계속해서 팔릴 수 있을지 의문을 지을 수가 없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 보았다.
점장의 대답은 여전히 ‘예스’였다. 점장이 제시한 근거는 최근 미국 시장의 변화였다. 변화의 주요 흐름은 미국 주류사회의 경제 침체 장기화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이민 사회의 경제력 확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미국은 금융 위기 이후 중산층의 소비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도 매장을 철수하거나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제력이 커진 중국 등 아시아의 이민자들은 미국의 부동산과 주택을 구입하며 가격이 높더라도 믿을 수 있고 품질이 우수하다면 거리낌 없이 물건을 구입한다고 하였다. 특히, 삼성 스마트폰의 성장으로 한국산이 값싼 물건이 아닌 고급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매장의 주요 고객은 이미 중국인이 70%를 점하고 있어 이 결과 한국산 경기미도 충분히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쌀은 비싼 것인가? 적정한 것인가? 필자는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가 무척 어렵다. 설령 답을 내더라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나의 답이 틀렸다고 지적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쌀 가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리 쌀 소비량은 계속해서 줄어들어 요즈음 1인당 소비량은 약 70㎏이다. 쌀 한 가마니(80㎏) 가격이 요즘 18만원 정도이므로 연간 1인당 쌀 구매비는 대략 16만원 이하다. 4인 가족으로 하면 60만원 정도이고 월 단위로는 5만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인 가족 월 통신비는 15만5천원이다. 그렇게 보니 미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선택도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밥이 보약이다. 좋은 쌀로 밥을 해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