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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푸른 입담

 

/전건호

아내는 포도를 씨앗째 삼킨다
삼킨 씨앗들이
기름진 속에서 싹을 틔워 넝쿨로 뻗어나는지
오지랖 또한 포도넝쿨 같다
머문 자리마다 포도송이 같은 입담을 매단다
단내를 맡고 벌떼가 모여들 듯
날이면 날마다
동네 아줌마들이 꼬인다
동분서주,
약속이 넝쿨처럼 꼬이고 꼬여
어쩔 줄을 모른다

 

가정집 거실에 모여 남의 집 숟가락 수까지 헤아리던 수다는 여자들이 소통하는 방식이다. 관계의 방식이다. 이젠 시대가 변해 콩다방 별다방 하는 유명 브랜드 카페나 변두리 창 넓은 카페로 모여든다. 포도씨앗 같은 말씨 하나가 싹을 틔우면 특유의 웃음들과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나가는 수다의 넝쿨. 알알의 말들은 벌꿀처럼 달콤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절대 끊어질 줄 모른다. 담쟁이처럼 한없이 뻗어 창을 넘고 담을 넘는다. 그것만으로는 아쉬워 다음을 약속하는 여자들의 수다. 더러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시인은 나무라지 않는다. 시인의 흐뭇한 시선이 보이는 것도 같다.

/성향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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