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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양 사태, 정부 책임 크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동양사태’로 수천만, 수억원을 날릴 처지에 놓인 투자자들이 5만명인데도 이들의 피해를 보전할 대책은 한 달이 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피해를 끼친 회사는 ‘법대로’를 앞세우고 있으나, 정작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로서는 딱히 호소할 곳조차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투자자들은 통상 CMA(종합자산관리계정) 통장을 만들면서 증권회사와 거래를 시작한다. 제1금융보다 이자가 조금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이자가 좀 더 높은 회사채나 CP(기업어음) 상품에 투자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취하게 되는 절차는 직원이 형광펜으로 줄을 쳐준 곳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기재하고, 투자설명서는 ‘수령거부’로 적으라고 해서 그렇게 응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거 안전하냐?’고 물으면 직원은 당연히 ‘과연 동양이 망하겠느냐’고 응수했을 게 뻔하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투자자들의 상품지식 부족을 탓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탐했으니 그 책임도 떠맡으라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투자자들은 동양이 그룹사라는 것을 믿었고, (회사채의 경우) 상품판매를 승인해준 금감원을 믿었고, 경영위험을 평가해준 신용평가사를 믿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 같은 믿음은 이제 분노로 바뀌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자본이 잠식돼 껍데기만 남은 회사가 CP를 발행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하면, 2010년 말에 자본 잠식된 이후로도 부채비율이 1천500%에 달했던 (주)동양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승인해준 곳이 바로 금감원이며, 계열사에서 CP를 팔지 못하게 한 것을 6개월간 유예시켜 결과적으로 문제가 더 커지게 한 곳도 바로 금감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황악화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주)동양에 대해 BB+등급을 지속적으로 부여해 유통되게 한 신용평가사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심지어 법원까지도 부채비율이 210%로 투자적격이었던 동양시멘트를 법정관리로 받아들였다는 것도 현모 회장의 ‘시나리오’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그 책임을 모두 투자자들에게 덮어씌우려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하겠다는 것은 오직 투자자 개인별 녹취록을 통해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를 적발하겠다는 것뿐이다. 전화통화 녹음내용을 근거로 상품설명과 투자위험설명 등이 제대로 됐는지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투자자 모집은 정당했던 것으로 치부하고 그 과정에서의 일부 증권사 직원의 잘못을 구실 삼아 자신들의 ‘업무상 중대한 과실’을 회피하겠다는 치졸한 발상에 불과한 것이지 않겠는가? 동양사태가 이미 수년 전부터 예상됐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정작 투자자들뿐이었는데도, 범죄로 치자면 공범이랄 수도 있는 금감원과 동양증권이 지금까지도 투자자들을 우롱하고 있음은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실정이 이렇고 보면,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정부가 서둘러 나서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의 ‘업무상 중대한 과실’은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상태다. 이로써 그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한편 동양증권은 채권자협의회에서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게 투자자 명부를 피해자대책위에 ‘사용목적을 지정받고’ 넘겨주기 바란다. ‘개인정보’라고 발뺌을 하는 것은 논리상 모순이다. 어느 투자자가 이 판국에 자기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일에 쓰일 개인정보의 제공에 반대할 까닭이 있겠는가. 정치권도 나서야 한다. ‘청문회’를 통해 원인규명도 하고, 재발방지 대책도 서둘러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법(法)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는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을 서줘야 함이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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