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섭 인천시 남구청장은 연초 새해를 여는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빌려 올 한해 통두레 모임을 바탕으로 남구의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역공동체 복원을 위한 해법으로 박 청장은 주민이 마을 현안을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통두레 운동을 선택,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전력에 나선 것이다. 1년이 지난 후 곳곳에서 그 성과가 나타났다.
“지방자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해서 지역문제를 그 지역 사람이 의논하고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 남구는 통두레운동을 선택 불을 지펴가고 있습니다.”
- 통두레 운동이란 단어가 낯설다. 어떤 운동이고 지향점은 무엇인가?
주민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을 위해 애정으로 보람을 찾을 때 스스로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선이 무엇인지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시민적 지혜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민적 덕성을 필요로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통두레 운동이다.
통두레 모임이란 통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주민들의 주체적인 모임을 말한다. 통 단위로 주민들이 스스로 모임을 결성, 지역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다. 모임의 단위는 작을 수록 좋다. 마을사랑방 같은 장소에 모여 쓰레기문제에서 주차, 안전과 방범, 육아 등 피부에 닿는 현안까지 모두 꺼내놓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구나 동 주민센터는 행정적인 도움을 준다. 대청소가 필요하면 종량제 봉투를 지원해주고, 텃밭을 조성하고 싶은 마을에는 전문 인력과 재료를 지원해 준다. 혹은 관련 무료강좌를 열기도 한다. 주체는 주민이고 관은 지원자다.
통두레 운동의 목적은 주민 스로로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주인이라는 인식으로 마을의 주인으로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데 있다. 운동의 핵심은 살고 있는 마을에 아끼는 마음을 갖는 것, 공동의 가치를 가지고 실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 통을 단위로 한 주민들의 활동이 곳곳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데.
동네마다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크게 느끼는 문제로 쓰레기, 주차, 방범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안3동 기흥주택이 제일 먼저 성과를 냈다. 이 지역은 10여년 전부터 재건축·재개발 움직임이 활발한 곳으로, 원주민 가운데 일부는 집을 팔고 이사를 가면서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쓰레기더미는 어느새 산을 이루었다.
연초 통두레 설명회를 들은 주민 몇몇이 곧바로 모임을 결성, 쓰레기를 치워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후 통장이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고, 노인과 청소년 등 30여명의 주민이 함께 나서 6일 만에 쓰레기 치우기 작업을 마쳤다. 그 뒤 주민들은 쓰레기를 치운 자리에 마을 텃밭과 화단을 조성했다. 마을 공동의 텃밭을 일구기 위해 주민들은 분주해졌다.
이어 이곳 주민들은 또 하나의 공동 작업으로 오래되고 낡은 담을 변화시키기 위해 벽화그리기 작업을 선택했다. 마을가꾸기 작업을 논의한 끝에 학산콜 강좌에 마을벽화그리기를 신청 전문가의 도움으로 주민이 함께 벽화그리기를 완결했다.
숭의2동 장사래 마을 주민들은 주인공원지킴이에 하나가 됐다. 쓰레기 투기와 음주, 흡연, 애완견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주인공원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는 데서 출발했다. 주민들은 장사래 마을지킴이를 결성, 방범이 취약한 곳이나 생활민원이 쌓인 곳을 대상으로 순찰을 시작했다. 또 주인공원 사랑지기도 결성, 공원 쓰레기를 줍고 음주·흡연자나 노숙자를 계도하고 공원 이용객을 상대로 안내문도 나누어주는 일들을 해나갔다.
주안8동 연흥 광명아파트 주민들은 5개통 주민들이 연흥광명두레를 만들었다. 도로경사가 심한 탓에 겨울철 눈이라도 내리면 통학길 아이들의 안전이 위험한 지역이다. 지난겨울 폭설이 내리자 눈을 치우는 작업에 30여명의 주민이 한달음 나섰다. 이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주변 제설작업은 물론 매달 학교주변 환경정비의 날을 정해 주변을 쓸고 닦고 있다.
이밖에도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 자율주차제를 실행하고 있는 통두레 모임이라든가 지역 내 공가문제 해결, 재활용품 쓰레기 자율수거, 소규모 쉼터 조성 등 통 단위 다양한 두레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사업의 목표는 바로 지역공동체 복원에 있다. 지역발전의 씨앗이 되는 통두레 모임을 바탕으로 사회적 자본을 축적, 행복한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민선 5기를 시작하시면서 창조도시 실현에 역점, 특히 1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미디어를 키워드로 한 창조도시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둔 걸로 알고 있다.
남구는 미디어를 통한 창조도시 실현을 지향한다. 소셜미디어가 생활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요즘, 미디어는 더 이상 먼 타인의 얘기가 아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매개체로서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이 됐다.
그래서 남구는 시민참여 인터넷방송국을 실천하고 있다. 주민이 다양한 방송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이를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구청인터넷방송국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민 미디어활동가를 양성하는 교육을 시작했다.
미디어활동가란 내가 살고 있는 동네뉴스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SNS를 통해 소통하는 뉴스의 발신자들이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뉴스를 만들고, 그 소통공간으로 인터넷방송국을 활용하게 한다는 취지로 미디어활동가 교육을 시작했다.
지난해 남구 관내 거점동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교육에 나서 8기에 걸쳐 160여명을 교육, 이들이 동네뉴스 40여편을 만들었다. 물론 올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2월까지 8기 교육을 마친다. 성과가 많았다. 지난해 미디어활동가 양성교육을 받은 이들 중 시민리포터 54명을 위촉했다.
이들은 인터넷방송국 콘텐츠 생산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주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구정의 다양한 행사에서부터 정감어린 지역소식을 영상으로 직접 제작하는 시민 VJ들다.
인천시에서도 지난 6월 인천 SNS 시민미디어방송을 개통하고 시민참여 미디어방송국 운영을 시작했다. 바로 남구가 지난해부터 실행해온 미디어를 통한 창조도시와 그대로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열린 주안미디어문화축제는 미디어 창조도시를 핵심 정책으로 지향하고 있는 남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온 장이다. 특히 올해는 시민이 중심에 서서 만드는 축전에 차별성을 두었다. 이에 따라 21개 마을극장을 행사 전면에 포진시켰다.
21개 마을극장은 남구 21개 동이 따로, 또 같이 참여하는 동네극장으로 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제작 상영했다. 제각각 다른 주제로 색을 입힌 작품을 주민들이 제작자가 돼서 완성했다. 미디어 창조도시를 지향하는 남구인 만큼 주민 모두가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능력을 지닐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온 성과가 아닐까 한다.
-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장을 맡고 있는데다 남구의 평생학습이 전국 우수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평생학습도시협의회에는 전국 120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평생학습 관련 행사에서 남구 사업들이 우수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올해 교육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학산선비대학이 대표적이다. 남구라는 지역성과 사회적 상호작용 공동의 유대관계를 이끌어 내서 학습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주민이 가르치며 서로 배움을 즐기고 나누는 학습공동체 형성은 평생학습이 지향하는 종국이다. 원도심 남구가 낙후됐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인천의 역사를 살리고 남구 지역의 특수성을 짚는 학산선비대학을 평생학습 네이밍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다.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어서라기보다 그간 남구에서 추진한 평생학습 정책이 서서히 주민들 생활 속으로 깊숙이 자리매김,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고 있다. 평생학습으로 양성된 지혜로운 시민들이 살고 싶은 남구를 이루어내고자 한다.
- 최근 남구 등 5개 지자체가 경인전철 지하화 공동추진을 결의하고 관철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데.
남구를 비롯해 남동구, 부평구, 부천시, 서울 구로구까지 경인전철이 통과하는 5개 자치단체가 경인국철 지하화 추진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100만인 시민서명운동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지난 11월12일 5개 자치단체장은 간담회를 열고 경인국철 지하화 공동연대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경인국철이 지역을 남북으로 단절, 교통과 주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도시발전과 성장에 큰 걸림돌이 돼 왔으므로 지하화를 더 이상 미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공동연합회를 구성해 100만인 서명에 나서는 한편, 지하화 추진 당위성을 중앙정부에 전달해 국책사업으로 채택하도록 나설 계획이다. 도시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과 정치인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구는 경인선 지하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민선5기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정책으로 마무리를 할 계획인지.
이번 임기를 수행해오면서 해마다 핵심정책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펼쳐왔다. 2011년 사회적기업 진흥의 해를 시작으로 2012년 평생학습 진흥의 해, 그리고 2013년은 생활체육 진흥의 해 실현에 전력을 기울였다. 해마다 나름대로 성과를 일궈냈다고 본다.
이제 2014년은 민속 문화 진흥의 해로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 전통과 민속을 주제로 미추홀 2천년 역사가 스며 있는 남구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남구에는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 근대 철도 시발지였던 우각로마을을 비롯해 알렌별장터, 소금골염전, 문학산, 안관당, 청황패 놀이이야기 등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유산이 있다. 이러한 향토문화 역사를 발굴·복원, 민속 문화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려 한다.
한 축에서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은율탈춤 경기12잡가 등 전통문화예술 지원사업, 예술인들과의 네트워크 형성, 다각적인 무형문화재 활동 지원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그 결과로 구축된 다양한 민속 문화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하고자 한다. 체험교육과 전통공연을 통해 생활 속에 우리고유의 민속 문화를 스며들게 하고, 그 과정에서 이웃 간, 세대 간, 계층 간 화합하는 장이 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공동체 결속력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상생하는 복지도시 구현을 위한 통두레 운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 지역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실천함으로써 탄탄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주민들의 힘으로 남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행복한 도시를 설계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
글┃윤용해 기자 youn@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