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만델라 대통령의 죽음에 왜 전 세계인들이 추모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용서와 포용, 화해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는 그의 이름을 딴 기념물이 세계 곳곳에 들어설 것이다. 세계에서 도서관, 박물관, 기념관, 거리이름, 심지어 산 이름에 가장 많이 기록된 사람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다. 본국인 영국뿐만 아니라 지구촌에 100곳이 넘는다.
세계에서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기념물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수도는 워싱턴이니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이름이다. 독립 당시 미국의 수도는 뉴욕이었다. 독립전쟁에서 싸운 노병들에게 연금증서를 나눠주었는데 연금을 줄 기금이 없자 대안으로 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수도를 옮기기로 했다. 수도의 이름은 그들의 사령관으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이름을 붙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있는 주(州)도 워싱턴이다.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이 나온 대학이 조지 워싱턴 대학이니 이도 그의 이름을 딴 대학이다. 지난 10월에 실시한 한미합동 군사훈련 ‘키 리졸브’에 참가했던 ‘떠다니는 군사 기지’로 불리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의 이름도 ‘조지워싱턴 호’이니 이도 마찬가지다.
그는 모국인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연합사령관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백전노장으로, 초대 대통령에 추대돼 미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졌다. 건국 헌법에는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이 없었다. 2차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사임함으로써 1차 중임이라는 선례를 만들어 놓았다. 그 결과, 미국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뉴욕의 국제공항 이름은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이다. 35대 대통령인 그는 적지 않은 추문(醜聞)에도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전쟁을 막은 공적을 인정받는다.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동북아의 균형을 유지하지 위해 정박하고 있는 핵항공모함의 이름은 도널드 레이건호이다. 레이건은 40대 대통령으로 소련과의 군비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종래는 소련을 무너뜨렸고, 20세기를 피로 물들인 공산주의를 와해시킨 크나큰 업적을 쌓은 대통령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은 16대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워싱턴에 그를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본뜬, 하얀색의 기념관으로 36개의 도리아식 원주가 건물을 떠받치고 있다. 당시 미국의 36개 주(州)를 상징한다. 올라가는 계단은 56개이니 1865년 4월15일 암살 당시 나이를 뜻한다. 그의 이름을 기리는 대학도 있고 박물관도 있다. 그가 변호사 시절 살았던 일리노이주 프링필드에 가면 그의 집, 묘지와 함께 박물관이 있는데, 그의 대통령 재임시절 있었던 남북전쟁, 노예해방, 반대파들의 연설내용, 국무회의 밀랍인형 등이 전시돼 있다.
이 외에도 3대 토머스 제퍼슨, 28대 우드로우 윌슨,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등을 기리는 기념물이 많이 있다. 이를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 중에는 건국을 이루고 근대화를 성취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대통령이 있건만 변변한 기념관조차 별로 없다. 우리도 언제쯤이면 미국과 같이 역대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관, 박물관, 도서관, 도시이름이 등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