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형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기소된 ‘인천 모자(母子) 살인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1심 공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17일 열렸다.
인천지법 형사13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이날 배심원 9명과 예비 배심원 1명을 선정한 뒤 모두 진술과 채택 증거 서면 조사 등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 정모(29)씨가 지난달 열린 2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 일체를 인정함에 따라 유·무죄가 아닌 양형만 두고 변호인과 검찰 측이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어머니 김모(58)씨의 재산을 노린 피고인의 계획성과 범행의 잔인함을 부각했다.
재판에 참여한 이동현 검사는 “어머니와 형의 시신을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했고, 한달 넘는 기간 범행을 한결같이 부인한 점을 배심원들이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정씨 측 국선 변호인은 “정씨 어머니는 며느리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하는 등 가족이나 주변인에게 화가 나면 심한 행동을 자주 했고, 돈에 대한 집착도 강한 성격이었다”며 “가족사진에서 정씨 부분만 가위로 오려냈으며 범행 당일 아들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낀 게 주요 범행 동기”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씨의 아내 김모(29)씨가 ‘내가 어머니를 죽이고 자살하겠다’고 말하자 피고인은 ‘차라리 내가 하겠다’며 나선 것”이라며 “상상을 초월하는 고부간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배심원들을 설득했다.
재판에 출석한 정씨는 공판 내내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오는 18일 오전에는 정씨의 처남과 이모가 변호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최후 진술과 검찰 구형이 끝난 뒤 배심원 평결을 참고해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한편 정씨는 지난 8월13일 인천시 용현동의 어머니 김씨 집에서 김씨와 형(32)을 밧줄로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정씨는 아내 김씨와 함께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에 훼손한 어머니와 형의 시신을 각각 유기했다.
아내 김씨는 경찰에 시신 유기 장소를 지목한 뒤 공범으로 몰리자 9월 26일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