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늙은 남자가 네모진 솜틀기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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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틀집이란 말, 참 오랜 기억 속으로 데려다 준다. 학교 앞 문방구 옆에 솜틀집이 있었다. 시인의 말처럼 머리며 눈썹이며 옷이며 어디 한 군데 빈틈없이 하얗게 솜먼지가 앉아있던 솜틀집 내외. 철거덕거리는 솜틀기계가 신기해 방금 산 알사탕을 입에 물고 망연히 서서 바라보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도 솜 가루 같은 시간이 솜먼지 같은 시간이 흘러 머리에 하얗게 솜먼지 같은 백발을 뒤집어쓰고 저마다 어디서들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 활 채로 나를 타 지금의 여기에 이렇게 부옇고 밋밋하게 낯선 나를 데려다 놓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