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안산시 단원고 교사·학생들을 추모하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한 안산시민들의 기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매일 오후 8시 안산문화광장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아직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시민촛불 모임이 열린다.
촛불모임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 곁을 떠난 수많은 아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시민들은 세월호에서 희생당한 모든 이들의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지금도 죽음의 공포와 맞서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어른들의 잘못과 욕심으로 일어난 참혹한 현실 앞에서 고통과 슬픔, 분노와 공포를 느끼는 아이들을 위해 속죄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한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부모의 품에 안길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빌고, 고통 속에 내던져진 희생자 가족의 상처와, 지금 이 순간까지도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도하는 실종자 가족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기를 바라며 촛불을 지키고 있다.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아파하며 스스로를 고통 속에 가두는 또 다른 비극이 생기지 않고,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들을 붙들고 오열하는 이들에게 평화가 깃들길 바라며 절을 올린다.
스러져가는 어린 생명들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의 슬픔과 절망감을 치유하고,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파괴되고 고통 받은 어린 생명들을 위해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한 정부와 승객을 버리고 달아난 이기적 양심을 대신해 사죄하고, 책임을 다해야 하는 사람이 책임을 다하지 못해 희생된 이들에게 대신해 사죄하고 있다.
시민들은 염원하고 있다. 안전한 나라, 상식이 통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온 국민의 소박한 희망이 이뤄지기를, 잘못했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통곡하는 부모에게 무릎 꿇고 함께 울어주는 것이 책임자의 도리임을 깨닫기를. 그리고 다짐하고 있다. 슬픔과 고통은 치유하되 결코 잊지 않을 것을.
/안산=김준호기자 j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