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는 도박물관 소장유물 뿐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려대학교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 전국 주요 박물관에서 출품한 차문화 관련 유물 200여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차는 옛날부터 사람 사이의 소통, 마음의 치유 등을 통해 삶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매개체로 우리 곁에 함께 해왔다. 삼국시대에 중국을 통해 들어온 차는 조선시대까지 향유되는 고급문화였다.
차는 9세기 신라 왕실에서 지리산 자락에 차밭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고려시대에는 차에서 그치지 않고 약용의 탕까지 아우러지는 우리 고유의 차문화가 유행했고, 이것은 중국과 비견되는 청자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차문화의 전통은 조선시대에 계승됐지만 그 소비가 줄어들면서 크게 위축됐다. 17~18세기 신문물의 수용과 특용작물의 재배로 다시 주목받았고, 20세기 초에 이르러 전라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차밭이 조성됐다.
전시는 크게 ‘차와 생활’, ‘그림에 스민 차향’, 힐링존’ 등 3부로 구성됐다.
‘차를 만나다’, ‘차향에 빠지다’, ‘차향을 나누다’, ‘차향을 더하다’, ‘차향을 마시다’로 이뤄진 ‘차와 생활’은 차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차를 마신 후의 힐링을 표현한 현대 화가들의 작품, 차와 관련된 편지·서책 등의 전적류, 차를 통해 교유한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초의 의순, 모임과 잔치, 종교와 산수화병풍 속에 드러난 차의 모습, 차를 담는 그릇 등이 소개된다.
오관진의 ‘비움과 채움’, 중요무형문화재 제105호 김정옥 사기장의 ‘덤벙분청다완’, 초의의 ‘동다송’, 황윤석의 ‘이재난고’, 박영보의 ‘남다병서’, ‘정약용이 쓴 편지’, 초의가 그렸다고 전하는 ‘정약용 초상’, 허련의 ‘추사 김정희 초상’, ‘곽분양행락도’, 보물 제1367호로 지정된 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의 ‘송광사 응진당 십육나한도 중 제 7·9존자’,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92호인 ‘요지연도’, 이인문의 ‘산정일장’, 백제의 ‘돌절구’, ‘닭머리 모양의 차호(계수호)’ 등이 전시된다.
‘그림에 스민 차향’에서는 조선시대 회화 중에서 사대부들의 차문화를 그린 명품만을 모아 전시한다.
김홍도의 ‘군현도’와 ‘죽리탄금’, ‘고사인물도’, 심사정의 ‘송하음다’, 이인문의 ‘수로한거’, 이경윤의 ‘탄금관월’, 이재관의 ‘파초제시’, ‘문인아집’, ‘죽림칠현’, 이인상의 ‘아집’, 김두량의 ‘추동전원행렵승회’, 유숙의 ‘수계도’, 이방운의 ‘망천별서’ 등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힐링존’은 다양한 차 종류 샘플과 함께 차나무로 차밭을 만들어 차밭에서의 여유를 찾아보고, 고려시대에 차에 대한 정책을 운영했던 관청인 다방(茶房), 차를 전문적으로 생산했던 차마을인 다소(茶所), Tea Party인 다정(茶亭), 사헌부 관원들의 Tea Break인 다시(茶時), 고려와 조선시대의 찻값 등 차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와 함께 교육·체험 프로그램과 심포지엄도 열린다.
어린이들을 위해 전시 작품은 물론 차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활동지가 무료로 제공되며, 다음달 5일과 6일에는 다례연 행사를 열어 가족과 함께 차를 직접 시음하는 체험이 준비됐다. 또 연계 교육 프로그램으로 차밭을 찾아 직접 차를 따고 마셔보며 다도(茶道)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6월 20일에는 우리나라 차문화 전반에 관한 학술심포지엄이 열려 방병선(고려대 교수), 박동춘(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이원복(경기도박물관 관장), 김성환(경기도박물관 학예팀장) 등이 발표에 나선다.
이원복 도박물관장은 “따뜻한 차 한 잔에 담긴 것은 사람 간의 마음 깊은 소통과 교유, 삶을 되짚어 보는 쉼과 여유, 몸과 마음의 치유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힘과 아우름을 얻는 원동력이었다”며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차의 참 면모를 확인하면서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고 힐링하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반 4천원, 청소년 2천원, 경기도민 25% 할인.(문의: 031-288-5381)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