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에 먹구름이 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3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H조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와 경기에서 전반 26분 이슬람 슬리마니에게 선제골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4골을 허용하며 2-4로 패했다.
한국은 후반 5분 손흥민과 후반 27분 구자철이 만회골을 뽑아냈지만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이로써 1무1패 승점 1점(골득실 -2)이 된 한국은 러시아를 꺾고 16강 진출이 확정된 벨기에(2승·승점 6점·골득실 +2)와 알제리(1승1패·승점 3점·골득실 +1), 러시아(1무1패·승점 1점·골득실 -1)에 이어 최하위로 쳐졌다.
홍명보 호는 이날 패배로 최근 치른 아프리카 국가와의 A매치에서 3전 전패를 기록하며 ‘아프리카 징크스’에 빠졌다.
알제리 전에 대비해 약점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했지만 이같은 분석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1차전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고 알제리를 상대했다.
박주영을 원톱 스트라이커, 손흥민과 이청용을 좌우 날개, 구자철을 섀도 스트라이커로 출격시키고 중앙 미드필더에 기성용-한국영, 포백에 왼쪽부터 윤석영, 이용, 김영권, 홍정호, 골키퍼에 정성룡을 기용했다.
반면 알제리는 조별리그 1차전인 벨기에 전에 뛰었던 선수 중 5명을 바꿔 분위기를 전환했다.
결국 승부는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알제리 쪽으로 넘어갔다.
알제리는 전반 초반부터 짧은 패스에 이은 한국의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 전술로 한국의 수비벽을 흔들었고 전반 26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알제리 진영에서 한 번에 날아온 롱 패스를 슬리마니가 한국의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과 홍정호 사이를 뚫고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가른 것.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2분 뒤 압델무멘 자부의 코너킥을 라피크 할리시가 편안하게 헤딩슛을 할 수 있게 방치했고 결국 두번째 골을 허용했다. 정성용이 볼을 처내려고 나왔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골을 내줬다. 이후에도 한국은 알제리의 침투패스에 번번히 수비벽이 무너졌고 전반 38분 자부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0-3으로 전반을 마쳤다.
한국은 전반에 알제리가 12개의 슈팅을 날리는 동안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공수 전반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후반들어 전열을 정비한 한국은 후반 5분 만에 만회골을 뽑아냈다.
기성용이 후방에서 길게 차준 볼이 손흥민에게 연결됐고, 볼을 잡은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 가랑이를 뚫고 골문을 열었다.
손흥민의 득점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따낸 역대 통산 30호골로 기록됐지만 만회골의 기쁨도 잠시, 한국은 후반 17분 역습을 허용하며 야신 브라히미에게 네번째 골을 헌납했다.
한국은 후반 19분 이청용 대신 이근호를 투입하며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고 후반 27분 이근호의 패스를 받은 구자철이 1골을 추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오는 27일 오전 5시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16강 진출의 마지막 희망을 건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벨기에에 패하거나 같은 시간 열리는 러시아와 알제리의 경기에서 알제리가 이기면 그대로 짐을 싸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
그러나 벨기에 전에서 승리하고 러시아-알제리 전에서 러시아가 승리하거나 비길 경우에는 골득실을 따져 16강 진출 여부를 가려야 한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한 가장 좋은 경우의 수는 한국이 벨기에에 2골 차 이상으로 승리하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한 골차로 제압하는 것이다.
/정민수기자 j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