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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이진희

무리 중 가장 힘센 수컷의 뿔

그 슬프고도 커다란 눈동자가 벽에 걸려 있을 때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는 법



눈보라, 눈보라

쉴 새 없이 소용돌이치는 새벽

기어이 혼자서 오두막을 떠난

해묵은 눈 위의 무거운 발자국



나와 깍지 낀 손을 흔들며

거리를 공원을 어두운 골목을 거닌 적 있었지

불빛이 반사된 겨울밤의 까만 창문처럼 반짝이며 웃기도 했어



봄꽃이 거의 질 무렵에야 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단단하기만 해서 쉽게 부서졌다는 것을

-이진희 시집 『실비아 수수께끼』/삶창



 

 

 

사랑의 유통기한이 한 3년쯤 된다고 했나? 우연히 액자를 벽에 걸듯 처음 사랑이 찾아오고 그 사랑 호두같이 단단해 망치라는 불가항력이 타격해도 절대 깨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깍지 낀 손 놓지 않고 긴 골목을 걷듯 인생을 영원히 함께 걸을 것 같기도 한 그 마음, 그러나 처음의 단단한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그 마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문득 깨닫는다. 긴 추위의 고통이 꽃이 되듯 계절도 변하고 사랑도 변하고 마음도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단단해서 더 쉽게 부서진다는 것을.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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