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박을 한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한 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태연히 놀이공원에 간 20대 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A(20·여)씨는 2년 전 부모 이혼으로 어머니 B(48)씨와 둘이 살며 집안 일과 친구관계 등으로 갈등을 겪자 구박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됐다.
그러던 지난 4월 26일 어머니와 말다툼 도중 ‘너 같은 딸 싫다. 창피하다’라는 말을 듣게 되자 어머니를 살해하기로 결심, 수면제를 탄 물을 마시게 한 뒤 잠이 들도록 했다.
이후 어머니가 잠이 든 틈을 이용해 안방 침대의 매트리스에 불을 붙인 뒤 같은날 낮 12시40분쯤 빠져나와 어머니 휴대폰으로 외삼촌에게 ‘그동안 미안했다. 우리 딸 좀 잘 부탁할게’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용인의 한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A씨가 집을 나선 뒤 불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20분 만에 꺼졌으나 잠에 취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B씨는 질식사했다.
이 사건은 최초 신변을 비관한 B씨의 자살로 묻힐 뻔했으나 화재현장에서 B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수사로 전모가 드러났다.
A씨는 방화를 인정한 이후에도 “엄마가 스스로 수면제를 먹었다”거나 “집에 불을 질러 같이 죽자고 해 불을 낸 것 뿐”이라며 일부 혐의와 범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A씨를 구속송치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최근 A씨를 존속살해와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은 A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함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원지법에서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배심원 재판으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