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의리와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남자 이야기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범죄에 연류되며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 설득력 있게 표현
소박한 삶은 사는 소방관 현태(지성)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보험사 직원 인철(주지훈)과 작은 가게를 꾸려가는 민수(이광수)가 있다.
운영하던 불법 오락실을 접고 싶은 현태 어머니와 인철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오락실 방화를 공모하면서 세 친구의 20년 우정과 의리에 비극이 싹튼다.
인철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강변하며 민수까지 범죄에 끌어들인다. 그러나 현태 어머니가 범죄 현장에서 두 친구를 오해한 끝에 예상치 못하게 숨지고 만다.
범인을 직접 잡겠다고 나선 현태는 사건을 캘수록 인철과 민수에 대한 의심이 커진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좋은 친구들’은 우발적인 사건으로 의리와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남자를 그린 범죄 드라마다.
개인의 선의가 상대방에게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작업했다고 전한 이도윤 감독은 기존 범죄 드라마에서 다뤄졌던 경찰이나 조직폭력배와 같은 특수한 직업의 캐릭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범죄에 연루되며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건의 전개와 함께 각 캐릭터의 내면이 변화하며 펼쳐지는 심리적인 긴장관계에 주목한 이 영화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단편적인 재미가 아닌 관계의 변화에서 오는 묵직한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낸다.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강도화재사건 이후 가장 믿었던 친구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현태, 의리와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철, 한 순간 변해버린 친구들의 관계에 괴로워하는 민수까지, 우발적인 사건 이후 친구에 대한 의리가 의심으로 변하며 겪는 갈등을 흡입력 있게 그려내 긴장감과 재미의 밀도를 높였다.
또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는 사건의 단서와 주변인물, 치밀한 상황전개는 범죄 드라마의 장르적인 재미를 제대로 구축해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화재사건의 진위를 파헤치며 세 친구를 의심하는 보험사 특별 조사팀 이수, 사건을 조사하기보다 덮으려 하는 경찰, 그리고 뜻밖의 단서를 쥐고 있는 사채업자 등 사건의 진실이 점차 드러나고, 숨겨져 있던 여러 인물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영화가 예기치 못한 전개로 긴장감을 자아내고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것은 관객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관람포인트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