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단한 습관
/장상관
인간은 소젖을 먹고도
소를 어미라 부르지 않는다
살 베어 먹으면서도 질기다 기름이다 말도 많다
수많은 생명에 기대어
사육될 수밖에 없는 생명이
모두 사육하기를 원한다
2
가랑비에도 하굿둑이 허물어질 수 있다
3
실수도 쓸모가 있다
반복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몸도 기억력이 있다
- 장상관 시집 『결』/시산맥사
습관은 하루 이틀 만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태어나기 전부터 반복하고 반복해서 몸에 붙은 행동양식이다. 원치 않는 그 습관으로 해서 시지프스처럼 고통을 겪기도 하는데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습관은 단단하다. 또 어떤 사람은 좋은 습관의 패턴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내기도 한다. ‘반복하지 않으려
고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몸의 기억력’, 실수는 프로이드에 의하면 무의식의 의식화 작용이다. 나쁜 습관을 고치려는 행동의 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망함과 창피함을 주는 그 실수도 쓸모가 있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