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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적인 일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택 앞에서 늘 이유를 찾는다. 더 나은 쪽을 고르기 위해서다. 손해 보지 않는 방향, 실패 확률이 낮은 쪽,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선택. 머릿속에 저울을 올려놓고 하나씩 비교한다. 조건을 따지고, 가능성을 계산하고, 때로는 타인의 경험까지 끌어와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대체로 설명 가능한 선택이 된다. 왜 이 길을 택했는지 말할 수 있고, 누가 물어도 납득시킬 수 있는 선택.

 

그런데 이상한 순간이 있다. 충분히 따져봤고,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지도 알고 있는데, 자꾸 다른 쪽이 신경 쓰인다. 논리적으로는 덜 맞는 선택인데도,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미 결론을 내린 뒤에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쪽. 이유를 붙여보려 해도 잘 되지 않고, 설명하려 하면 오히려 더 어색해지는 선택.

 

그럴 때 우리는 대개 그 감각을 밀어낸다. 근거 없는 끌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택은 책임을 동반하니, 더 확실하고 더 안전한 쪽으로 기울게 된다. 스스로를 설득하기에도 그 편이 훨씬 수월하다. 그렇게 대부분의 선택은 설명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정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는 것이 있다. 이유를 다 붙이고, 가능성을 다 따져도 사라지지 않는 쪽. 논리를 통과하고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감각.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상하게 나를 더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듯한 방향. 그 감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만은 느껴진다.

 

요즘은 그것이 단순한 충동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경험들, 말로 꺼내지 않은 감정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쌓인 미세한 판단들이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다가, 선택의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이성과 감정을 나누어 생각하지만, 실제의 선택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성으로 계산한 결과 위에, 설명되지 않는 감각이 겹쳐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선택은 더 이상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결심의 문제가 된다. 충분히 생각했고, 충분히 따져봤다는 전제 위에서, 마지막 한 발을 어디에 디딜 것인가의 문제.

 

물론 모든 선택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계산해야 하고, 책임져야 하며, 때로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만으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완전히 배제된 선택 역시 어딘가 공허하게 남는다.

 

그래서 요즘은 그 감각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으려 한다. 충분히 따져본 뒤에도 남아 있는 쪽이 있다면, 그 방향을 들여다본다.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나에게서 비롯된 신호일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납득한 뒤에 움직이는 삶보다는, 끌리는 것을 선택하는 삶이 더 나와 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가장 옳은 선택만을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다. 때로는 이유보다 끌림이 앞섰고, 계산보다 감각이 먼저 움직였다. 그 선택들이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후회를 남기지 않은 느낌을 남긴다.

 

결국 삶은 완전히 설명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어떤 순간은 논리로 정리되지만, 어떤 순간은 그 경계를 조금 벗어난 곳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아마도 그 지점에서 우리는 진정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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