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11월 2일까지 덕수궁 제1, 2전시실에서 한국 화단의 역량있는 작가의 작품 기증을 기념하고 한국 근현대미술사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기증작가 특별전: 적멸의 화가, 정영렬’을 연다.
이번 전시는 추상화가 고(故) 정영렬(1934~1988)이 30여년 간 보여준 작품 활동을 조명하는 회고전으로, 그의 시기별 대표작 60여점이 소개된다.
전시에서는 1965년 파리비엔날레 출품작 ‘작품 22’를 비롯해 국제전에 소개됐던 초기작품부터 불교사상의 적멸(寂滅)을 주제로 동양의 정신세계를 명상적인 추상화면 속에 집적시킨 ‘적멸’ 시리즈, 유화라는 서양식 재료와 평면적인 회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지의 원료인 닥을 재료로 다양한 조형의 세계를 실험한 한지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적멸’ 시리즈는 고전과 전통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결실을 맺은 것으로, 정영렬 특유의 독자적인 화법과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이 시기의 작업은 여러 겹의 밑칠에서부터 종이 띠를 이용한 형상 배치, 표면의 미세한 요철 묘사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쳐 완성되며, 투명하게 겹쳐 올라간 물감층에서 배어나오는 색감은 깊은 명상의 경지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미세한 떨림을 전달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정영렬 화가는 화단의 유행과 거리를 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외 미술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자기세계를 단단하게 완성했고, 자기 양식의 안일한 반복이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멈추지 않은 한국 추상화단의 발전을 견인한 화가”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과 고전을 재해석하면서 실험적이고 독자적인 회화 양식을 정립한 정영렬이라는 화가가 널리 알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문의: 02-2022-0600)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