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의 편의와 자전거동호인들의 안전을 사이에 둔 양측의 신경전에 수원시의 행정이 끌려다니면서 사실상 별다른 효과도 없이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돼 빈축을 사고 있다.
수원시가 지난 8월부터 광교산로에 자전거도로 개설 공사를 진행하면서 수차례 설계 변경 끝에 확정된 최종 계획안에 없던 인도를 또다시 추가로 개설하기로 하면서 자전거동호인들 사이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약 11억원의 예산을 들여 하광교동 광교산로 광교쉼터부터 반딧불이화장실 입구까지 1.4㎞에 걸쳐 폭 2.5m의 ‘광교산로 자전거전용도로 정비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교산로 자전거전용도로 조성계획은 지난 2012년부터 추진돼 이미 완료된 나무데크 산책로와 함께 추진중인 사업으로 당초 자전거도로를 차로 양옆에 편도 1.5m폭으로 각각 설치하기로 하고 인도 일부를 들어내는 등 공사를 강행한 바 있다.
이후 시는 자전거도로의 차도 변질, 사고위험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계획을 바꿔 재설계를 실시, 기존 인도를 모두 들어내고 왕복 3m 폭의 자전거도로를 차도와 산책로 사이에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 4월에 열린 주민공청회에서 주민들이 인도철거에 반대하자 또다시 계획을 변경, 완전히 없애기로 했던 3m 폭의 인도를 2~2.4m로 줄이면서 자전거도로 폭 역시 계획했던 3m에서 2.5m로 줄이기로 결정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자전거도로의 폭이 왕복 3m에서 2.5m로 줄자 자전거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사고위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시가 당초 계획했던 자전거도로의 형태를 지역주민과 동호인들의 의견 충돌로 수차례 변경하면서 결국 사고위험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반쪽짜리 자전거도로에 예산을 쏟아부은 꼴이 됐다.
자전거동호인 A씨는 “시가 광교산로를 친환경 이동로로 만들기로 하면서 자전거도로의 비중을 크게둬 반가웠지만 지역주민들의 텃새를 이겨내지 못했다”며 “결국 자전거동호인들은 자전거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자전거도로에서 교행을 해야 해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여러차례 계획이 변경된 것은 맞지만 주역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인도를 남겨놓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