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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지금 여기가 맨 앞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최근 이문재 시인이 발간한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을 읽고 있으면 이육사의 시 ‘절정’이 떠오를 때가 많다. 위태로운 백척간두에 혈혈단신으로 서서 사력을 다해 온갖 비바람을 막고 서 있는 투사 혹은 선지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나무’의 모든 것이 끝에서 비롯됐듯이 ‘끝이 시작’이라고 말한다. ‘끝’은 ‘시작’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절망은 희망의, 슬픔은 기쁨의, 죽음은 삶의 도플갱어이다. 그래서 모든 끝에는 추락이 아닌 비상이 살고 있다. 그러니 문명과 자본의 아수라장을 살고 있는 우리는 ‘지금 여기’와 ‘정면’으로 맞서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어야 하리라.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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