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탓에 집에만 있는 건우 엄마
밤 마다 동생구하는 꿈 꾸는 승희 언니
페리호 사고때 과정 지켜본 세희 아빠
아이들과의 추억, 진상규명 활동 등
세월호 희생학생 유가족 인터뷰 기록
윤태호·마영신 만화가 등 삽화로 동참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그해 12월까지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그 중 부모 13명을 인터뷰해 펴낸 책.
책은 언론매체가 보도하지 못한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 힘없는 개인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 사건 이후 대다수 가족들이 시달리고 있는 극심한 트라우마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윤태호·유승하·최호철·손문상·조남준·홍승우·마영신·김보통 등 8명의 대표적인 만화가가 총 13편의 삽화와 표지화를 그리는 일에 동참했다.
제1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록’은 희생자들을 추억하는 가족들의 여러 모습을 담았다.
공황장애 때문에 집안에서 주로 생활해 온 김건우 학생 어머니, 인터뷰 내내 속내를 내비치지 않다가 결국에 듣는 이 모두를 울려버린 유미지 학생 아버지, 수능을 앞두고도 매일같이 동생을 추억하며 2학년 동생들을 모두 살려내고자 밤마다 꿈을 꾸는 신승희 학생 언니, 단 하나의 혈육을 잃고 혈혈단신이 된 김소연 학생 아버지 등의 이야기가 애잔하게 전달된다.
제2부 ‘기억하는 사람들, 기록하는 사람들’에는 전국 각지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활동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주로 실려 있다.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 나서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던 이들이 어떤 계기로 진상규명 활동에 앞장서게 됐는 지 나와 있다.
신호성, 이창현, 문지성, 박수현 학생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진상규명 활동을, 억울하게 떠나보낸 아들·딸에 대한 의리이자 그들이 자신들에게 내준 숙제이며 결국 스스로를 위한 치유라고 말한다.
제3부 ‘사람의 시간, 416’은 아픔을 딛고 자신의 처지를 용감히 직시하고 성찰해내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준우 학생의 어머니는 수학여행에 가기 싫어한 아이를 굳이 떠밀어 보내곤 이를 죄스럽고 슬프게 회고하면서도 아이의 생전 친구 부모들과 모임을 만들어 서로 힘을 북돋우며 마음을 추스르고자 한다.
21년 전 서해페리호 사건 당시 의경으로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던 임세희 학생의 아버지는 구조의 면면에서부터 법의 현황까지 하나도 바뀌지 않았음을, 그러므로 이번에는 반드시 미래의 안전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해야 함을 몇번이고 당부한다.
이번 참사로 단 한명만 살아 돌아온 2학년 10반의 가족대표를 맡은 김다영 학생의 아버지가 말하는 ‘부모들의 공동체’의 소중함, 분노와 슬픔을 넘어 감사와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밝은 얼굴로 전해주는 김제훈 학생의 어머니 등의 말들은 도리어 우리 어깨를 도닥인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