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범죄/스릴러
감독 : 손용호
배우 : 김상경/김성균/박성웅/윤승아
비 오는 날에도 잠복근무를 쉴 수 없는 강력계 형사 태수(김상경). 그가 뛰어난 촉으로 잡은 뺑소니범은 알고 보니 세상을 들썩이게 한 최고의 연쇄살인범이었다.
‘살인의뢰’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우연히 잡은 연쇄 살인범이 자신의 여동생을 죽인 것을 알게 된 태수는 동생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살인범에게 무릎까지 꿇지만 여전히 냉소적인 살인범 강천(박성웅)은 태수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잔혹한 살인마 강천과 강력계형사 태수의 갈등과 함께 영화에는 또 다른 피해자 승현(김성균)이 등장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세 배우의 연기격돌도 볼만하다. 영화 ‘살인의 추억’(2003), ‘화려한 휴가’(2007), ‘타워’(2012), ‘몽타주’(2013)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김상경은 ‘살인의뢰’에서 연쇄 살인마 강천에게 동생을 잃고 하루 아침에 피해자가 된 형사 태수역을 맡았다.
‘살인의 추억’에서 사건을 예리하게 쫓는 엘리트 형사의 모습을 보여줬던 김상경은 같은 강력반 형사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형사에서 피해자가 된 태수의 극한 감정을 폭발력 있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3년 후 심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달라진 모습의 태수를 연기하기 위해 10일만에 10㎏을 감량하는 강도 높은 다이어트까지 감행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이웃사람’(2012), ‘용의자’(2013) 등 선 굵은 캐릭터부터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의 박수무당, ‘응답하라 1994’(2013)의 순박한 시골 청년 삼천포까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김성균은 영화에서 평범한 은행원이었지만 연쇄 살인마에게 아내를 잃은 남자 승현으로 분해 극과 극을 오가는 양면의 얼굴을 선보이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지극히 평범했던 남자가 사건으로 인해 극도의 분노를 품고 돌아오기까지의 심리적 변화는 물론 외형적인 변화까지 표현해야 했던 김성균은 체중 감량은 물론 쵤영초반과 후반 마치 다른 사람같은 심리변화까지 완벽한 내면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신세계’의 조직 서열 3위 ‘이중구’, ‘황제를 위하여’의 사채 조직의 황제 ‘정성하’ 등 묵직한 존재감으로 대체할 수 없는 아우라를 발산해온 박성웅은 영화 ‘살인의뢰’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살인마 ‘조강천’을 맡아 스크린에서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박성웅은 무심한 말투와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눈빛, 보일 듯 말듯한 미소만으로 뻔뻔하고 무자비한 연쇄 살인마를 완벽하게 표현해 섬뜩할만큼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또 그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혹독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등 지독한 근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완성된 그의 완벽한 몸은 후반 액션 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신세계의 이중구를 넘어선 악인”이라고 스스로 밝힐만큼 최강 악역으로 분한 박성웅의 연기가 주목된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