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기장 행세를 하며 사용할 수 없는 브라질 구권 화폐로 사기행각을 벌여 온 40대가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일산경찰서는 19일 상습사기 혐의로 남모(46·무직)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남씨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도권 학원과 상점 등에서 브라질 구권 화폐를 주며 거스름돈을 받아가는 수법 등으로 30여 명에게서 8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다.
조사결과 남씨는 가게에 들어선 뒤 “지금 막 귀국해서 한화가 없으니 우선 수당으로 받은 브라질 화폐로 결제하겠다”면서 물건을 산 뒤 잔돈을 받아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사기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피해자 중 1명은 남씨와 교제했던 여성으로, 연봉 재계약에 필요하다는 등 갖은 이유에 속아 약 5천만원을 뜯긴 것으로 확인됐다.
남씨는 가게 주인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항공기 기장들이 착용하는 견장을 붙인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다녔다.
범행에 사용한 브라질 구권 화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장당 500∼1천원을 주고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남씨의 능숙한 태도에 피해자들은 환율 등을 따져볼 새도 없이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남씨에게 비슷한 전과가 20여건 있는 사실을 확인해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고양=고중오기자 g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