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박배일
출연 : 김말해/김영자/박은숙/손희경
높고 수려한 산세,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강줄기와 드넓은 평야가 있어 예로부터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따뜻한 볕의 마을 ‘밀양(密陽)’.
마을의 평화가 깨진 것은 2005년, 한국전력공사가 신고리 3, 4호기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서울 수도권까지 송전하기 위해 밀양에 69기의 765㎸ 송전탑 공사 계획을 확정하고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 수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평생을 일궈 온 삶의 터전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었던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매일 새벽 산을 오르며 송전탑을 막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고, 경찰과 한전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용역을 동원해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등 국가폭력을 행했다.
이에 분노한 고(故) 이치우(74) 어르신이 2012년 1월 분신으로 사망, 이후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2013년 5월 ‘전문가 협의체’가 꾸려졌지만 협의는 중단됐다.
같은 해 10월 공사 강행, 이에 항의하던 고 유한숙(71) 어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또 한번 벌어졌으나, 한전은 2014년 6월 11일, 3천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을 실시, 모든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이후에도 주민들은 끈질긴 저항을 이어가고 있으며 밀양시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 밀양 송전탑 경과지 4개 면에서 아직까지 한전의 보상금을 받지 않고 버티는 225세대의 주민들은 ‘밀양 할매·할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영화 ‘밀양 아리랑’은 경찰과 한전의 폭력에 맞서 매일 새벽 산을 오르며 맨몸으로 765㎸ 송전탑을 막아냈던 ‘밀양 할매’들의 모습을 기록한 작품이다.
765㎸ 고압 전류로부터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끈질긴 저항을 이어온 밀양 주민들의 이야기와 그 안에 깃든 ‘밀양’의 일상을 근거리에서 기록해 내 그 어떤 매체에서도 추적하지 못한 ‘밀양 송전탑 싸움’의 진실을 담아냈다.
영화에는 마치 전장을 연상시키는 처절한 싸움의 연속에도 농을 치며 웃어대고, 도로 한복판에서 춤판을 벌이며, 엄청난 수의 경찰들을 향해 “차라리 죽이라”고 외치는 밀양 할머니들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할머니들의 한숨 섞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된 가슴 먹먹한 울림을 얻게 된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밀양 아리랑은 뜨거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