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삼정동 ‘공간의 탐닉’展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 53(삼정동) 1만2천여㎡ 부지에 세워진 쓰레기 소각장.
이미 기능과 가치를 상실한 지 오래된 이 폐소각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다음달 17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공간의 탐닉’전은 ‘버려진 것’, ‘소멸해가는 것’에 문화가 덧입혀져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폐소각장 내 관리동과 반입실에는 폐소각장의 역사성과 지역성,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담은 19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공간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공간만을 확보해 전시돼 있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기존 소각장의 모습을 상상하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상기하게 된다.
관리동에는 삼작로에 버려진 것들로 만든 ‘고물상과 고철나무’, 비닐이 작품으로 재탄생한 ‘피었습니다’ 등 소각장이 가진 의미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삼정동 소각장의 먼지와 풍선, 물로 작업한 한석경의 ‘형상기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풍선에 물을 담아 떨어지는 물방울의 형상 안에 켜켜이 쌓인 먼지로 소각장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실제 소각장을 청소하면서 모은 먼지를 담았다는 한 작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먼지와 물이 분리돼 생기는 층위로 소각장의 축적된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관리동을 거쳐 반입실 입구에 들어서자, 어두컴컴하고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소멸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펼쳐졌다.
그 곳에는 36개의 스피커를 매달아 그 안에 70개의 종소리를 하나의 소리로 변환해 들려주는 ‘Mixed one’, 관객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 수많은 입자들이 흘러 마치 피부에 닿는 것과 같은 가상의 촉각을 느낄 수 있는 ‘비말’ 등의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39m 쓰레기 벙커에 전시된 김치앤칩스 작가의 ‘Lunar surface’는 공간이 가지는 특수성과 이색적인 작품의 이미지가 더해져 압도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길이 20m와 폭 10m의 천과 3D카메라로 작업한 이 작품은 바람에 닿은 천에 달의 떠오르면서 실재와 가상이 가지는 모호성을 표현했다.
쓰레기가 버려지는 벙커에 뜬 달은 낯설면서도 안도감을 주는 존재로 벙커에 생명력을 부여했다.
김치앤칩스 작가는 “소각되는 장소인 벙커에 생명이 생성되는 의미의 달이 만들어지면서 폐소각장이라는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장선·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