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유회사의 부두로 입·출항하는 유조선 관련 일감을 두고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주고받은 해운비리 사범 34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관련기사 6면
인천 계양경찰서는 유조선 관련 일감을 주는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장기간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SK인천석유화학 선박 안전관리 담당부서장 A(55)씨와 모 선박대리점 대표 B(55)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모 선박회사 상무 C(52)씨와 이들로부터 일감을 받는 대가로 억대 금품을 준 혐의(배임증재)로 화물검사 업체 대표 D(46)씨 등 하청업체 대표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2008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선박 대리점을 비롯해 이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예선, 도선사, 줄잡이 등을 공급하는 하청업체 등으로부터 257차례에 걸쳐 총 8억4천여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도 2008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같은 수법으로 총 1천475차례에 걸쳐 14억4천800여만원을 하청업체로부터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하청업체가 유조선의 입·출항과 관련해 일감을 받는 대가로 선박대리점과 선박회사에 금품을 상납하면 이 중 상당수가 SK인천석유화학의 안전관리 총괄 담당인 A씨에게로 전달되는 구조였다.
A씨는 B씨가 대표로 있는 대리점을 이용하지 않는 선박은 정박지에 머무르게 해 부두 접안시간을 지연시키는 등 자신의 지위를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두 접안시간이 지연되면 유류비가 많이 드는 등 피해가 발생해 어쩔 수 없이 A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인천 북항에 유조선이 드나들 수 있는 대규모 유류 전용 부두 4개를 보유하고 있다.
B씨 대리점은 돌핀항으로 불리는 이 부두를 오가는 유조선의 입출항 업무를 40∼50% 가량 독점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SK인천석유화학의 전신인 경인에너지 시절부터 25년간 근무하며 이 부두에 드나드는 유조선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사 범위가 확대되자 계양서로부터 이번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추가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선박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이들이 이를 무시하고 수년간 금품을 주고 받았다”며 “고질적인 상납 비리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밝혀진 만큼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인천=류정희기자 r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