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역 주변 횡단보도 설치 논란이 10년 넘게 장기화되며 상인들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9일 구에 따르면 부평지하상가의 면적은 3만1천692㎡로 지난해 말 단일면적 지하상가 최다 점포 수 부문에서 세계기록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큰 지하상가 위에는 큰 도로 5개가 있음에도 이 도로들을 연결하는 지상 횡단보도는 부평역 앞에 단 하나뿐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부평역 11번 출구에서 12번 출구로 가기 위해서는 12분이 걸린다.
부평역 11번출구와 12번출구의 거리는 직선 20m이지만 횡단보도가 없어 지하상가로 들어가 가게들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야 한다.
이에 시민단체를 비롯한 장애인단체와 부평역 인근 아파트 주민연합회 등은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부평 문화의거리 상인회 관계자는 “부평지하상가 주변 도로는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며 “횡단보도 설치는 이들을 위한 시설로 많은 구민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평역 지하상가연합회는 지난 6월 상인 등 5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인천시 교통정보센터에 횡단보도 설치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지하상가 위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지하 유동인구가 줄어 지하 상권이 무너진다며 생존권 보장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 횡단보도보다 지하로 다니는게 더 안전하다는 주장을 더했다.
부평역지하상가 관계자는 “횡단보도 설치로 시민들의 지하통로 발길이 끊어질 것”이라며 “무단횡단 사고가 빈번한 상황에서 지하보도가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좀처럼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지방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서는 단 한번도 관련 심의를 열지 않았다.
지하상가연합회와 아파트 주민 연합회, 지상 상인연합회 등 여러 관련 단체간 갈등이 조정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인천경찰청은 지난 5월 부평역과 같이 횡단보도 설치 논란에 휩싸였던 동인천역에 지상 왕복 6차로 2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한 바 있다.
당시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어린이·노인·장애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간이나 보행자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한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부평구는 지난달 14일 시 광역교통정책관과 경찰청 경비교통과, 부평지하상가연합회 등 관계자들과 ‘부평역 문화3거리 횡단보도 설치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으나 참가자들의 고성이 오가며 서둘러 끝이 났다.
시와 경찰은 규제심의회에서 안건이 가결돼야 예산 심의나 행정 집행을 할 수 있다며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올해 상반기 동인천역 지하상가 횡단보도를 설치한 사례를 참고해 양측의 이견을 좁히고 지속적으로 의견이 교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정희기자 r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