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2시쯤 진접파출소 소속 김은지 순경(사진 왼쪽)은 파출소 마당을 정리하고 있었다. 작업을 마치고 들어가려는 김 순경의 눈에 A(86) 할아버지가 띄었다. 파출소 앞 인도에서 초조한 듯 머뭇거리는 모습이었다.
김 순경은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문안인사를 하면서 “어디가 불편하세요?”하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에 할아버지는 “남양주지방경찰청 수사관이 전화가 와서 돈을 입금하라 했는데 불러준 통장 번호가 기억이 안나서 머뭇거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수사관이 “A씨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이 개설돼 500만원을 바로 부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했다는 것.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직감한 김 순경은 할아버지에게 전화 온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소속을 묻자 상대는 조선족 말투로 “남양주경찰청입니다”라고 했다.
남양주 경찰청은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다. 김 순경이 재차 정확한 소속과 기관명을 대라고 요구하자 상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는 황당한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 순경은 먼저 은행에 들러 A할아버지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이 개설됐는지 확인했지만 역시 그런 일은 없었다. 김 순경은 할아버지에게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걸려온 전화번호는 차단하도록 했다.
지난 17일 첫 발령돼 근무한 지 8일째였던 김 순경은 “실습 기간에 배운 전화금융사기 매뉴얼에 따라 처리한 결과 전화금융 사기 피해를 예방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주민을 위한 경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남양주=이화우기자 l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