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막한 프로농구가 위기라고들 말한다.
주전급이 포함된 일부 선수들이 상습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KBL로부터 출전 금지의 징계를 받은 탓이다.
그러나 누구에게 위기가 왔다는 말은 반대로 해석하면 또 다른 누구에게는 기회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주전들이 빠진 자리를 대신해 출전 기회를 잡은 선수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단단한 잇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막 후 3연승으로 잘 나가는 고양 오리온스는 이승현(23·197㎝)이 국가대표에 소집되고 장재석(24·203㎝)은 경찰 수사를 받아 골밑이 허전해졌다.
그 바람에 40세 노장인 문태종(197㎝)이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막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다. 오리온스는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34·199㎝)의 키도 200㎝가 되지 않아 높이의 열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5일 열린 서울 SK와 경기에서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21-37로 일방적으로 밀린 끝에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힘이 부친 오리온스의 골밑에서 최근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바로 김만종(23·198㎝)이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오리온스에 지명된 김만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세 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나마도 5분 이상 뛴 경기가 없었을 정도로 활약이 미미했다.
그러나 이승현, 장재석이 없는 이번 시즌 초반에는 팀의 세 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오리온스의 3연승에 힘을 보탰다.
13일 원주 동부를 상대로는 프로 데뷔 후 가장 긴 시간인 12분33초를 뛰며 2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기록은 보잘 것 없지만 동부 김주성(36·205㎝)을 수비하며 버텨줬다.
15일 SK전에서도 6분56초간 상대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33·203㎝)을 맡았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김)만종이가 버텨주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문태종 등 다른 선수들이 체력을 조절할 여유가 생긴다”며 최근 그의 활약을 칭찬했다.
김만종은 15일 경기에서 교체돼 벤치로 물러나면서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장내 아나운서가 “김만종 선수 인기가 제일 좋은 것 같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대표팀 소집에 경찰 수사까지 겹쳐 김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도 올해 프로농구 시즌 초반의 묘미 가운데 하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