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3회 연속 톱10에 진입한 ‘한국 남자 경보의 간판스타’ 김현섭(30·삼성전자)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김현섭은 22일 “최근 경보 50㎞ 훈련을 시작했다”며 “리우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김현섭은 올해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 경보에서 1시간21분40초를 기록, 10위에 올랐다.
2011년 대구 대회에서 6위, 2013년 모스크바 대회에서 10위를 차지하며 이진택(1997년 아테네 8위, 1999년 세비야 6위)에 이어 한국 육상 역사상 두 번째로 세계선수권 2회 연속 톱10에 진입한 김현섭은 베이징에서 새 역사를 썼다.
대회가 끝난 뒤, 김현섭은 ‘2016년 리우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 주 종목을 50㎞로 바꾸는 모험을 택했다.
삼성전자 육상단은 “20㎞에는 전성기를 맞은 선수들이 많지만, 50㎞에는 정상권으로 분류할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 김현섭이 50㎞에 적응하면 올림픽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 50㎞ 경보에서 다니 다카유키(일본)가 3시간42분55초로 3위에 오른 장면이 김현섭에게 자극을 줬다.
다니는 20㎞에서 김현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선수였다.
하지만 50㎞를 주 종목으로 택한 뒤 세계육상선수권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다니는 23일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 20㎞ 경보에서 실격을 당했다. 20㎞를 실전 훈련으로 택한 다니는 29일 열린 50㎞에서 전력을 다해 동메달을 따냈다.
김현섭은 “다니가 해내는 걸 보고 나도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50㎞ 경보 도전을 앞두고 출사표를 올렸다.
이민호 삼성전자 육상단 수석코치는 “드디어 김현섭 설득에 성공했다”고 웃었다.
이 코치는 3년 전부터 “20㎞와 50㎞를 병행하면서, 50㎞ 메달권 진입을 노리자”고 김현섭을 설득했다.
“일단 20㎞에 전념하겠다”고 주저하던 김현섭은 20㎞ 경보 세계육상선수권 3회 연속 톱10을 달성한 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로 했다.
김현섭은 “내가 생각해도 메달을 노리려면 50㎞에 도전해야 한다”며 “이젠 톱10만 목표로 할 수 없지 않는가. 경보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올림픽 메달이 필요하다. 내가 해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이민호 코치는 “3시간 37∼38분 기록을 세우면 동메달 획득이 가능하다”며 “김현섭은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섭은 내년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경보 월드컵에서 시험대에 선다.
이 대회에서 50㎞ 경보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하면 더 큰 자신감을 안고 리우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