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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행궁동 공방거리 운영의 묘 살려야

수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세계문화유산 화성만 보러 오는 게 아니다. 수원갈비도 먹고 싶어 하고 통닭거리에서 치맥을, 지동 순대타운에서 순대볶음과 순댓국을, 나혜석거리 노천에서 생맥주를 찾는다. 수원시 당국의 홍보도 일조를 했겠지만 SNS의 효과가 더 커 보인다. 수원을 수원답게 하는 신흥 명소 중엔 행궁동 공방거리도 포함된다. 공방거리는 지난 2012년 수원시가 도로와 건물 외벽 등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수원의 명소로 ‘재탄생’했다. 재탄생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곳이 1970년대엔 그래도 문화와 낭만이 있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30촉 백열등이 달린 목로주점과 시인이 운영하던 카페가 있었다. 암울했던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를 열망하던 젊은 지성들이 분노의 술잔을 기울이다가 눈물 글썽이며 ‘산자여 따르라’를 노래하던 지하주점도 그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상권이 옮겨가면서 이 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그걸 수원시가 큰 예산을 들여 부활시킨 것이다. 420m 정도 구간에 문화예술을 통한 거리 활성화 사업이 시작되고 이곳에 공방과 갤러리들이 들어섰고 음식점들도 맛집 홍보에 나서는가 하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화성과 행궁을 관람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정착되고 있다.

얼마 전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대상과 남우 주연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모든 장면도 여기에서 촬영했다. 겨울철과 삼복더위, 주중에는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주말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주말엔 거리 판매대가 설치되고, 공예체험 행사와 다양한 먹거리 판매행사 등이 열린다. 이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수원의 명소가 돼가고 있다. 수원시는 이 길을 지역사회와 문화적으로 소통하며 색다른 볼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지역 명소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주민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행안지모(행궁동 안전지킴이 모임)’, ‘우동이(우리 행궁동 이야기)’ 등의 주민 모임은 이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그런데 행정의 엇박자가 나고 있다. 팔달구가 마구잡이식 단속을 펼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시와 주민들은 지역경제와 문화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구는 거리의 명물이 된 노점단속을 벌여 주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남문 상권이 쇠퇴하며 인적이 끊겼던 행궁길의 부활이 시작된 지금 운영의 묘를 살리는 행정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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