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박혁지
출연 : 김춘희/최막이
홍역과 태풍으로 두 아들을 잃은 큰댁 막이는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작은댁 춘희를 집안으로 들인다.
영감이 떠난 지 한참이 지나도록 둘은 모녀인 듯, 자매인 듯, 친구인 듯한 애매한 관계를 46년간이나 유지하며 함께 살았다.
모질고 질긴 두 할머니의 특별한 인연. 이제 서로의 마지막을 지켜줄 유일한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간다.
30일 개봉하는 ‘춘희막이’는 46년간 경북지역의 한 농촌에서 살아가는 최막이(90) 할머니와 김춘희(71)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1960년대까지 아들 없는 집안에 씨받이를 들이는 일이 흔했고 어느 집에서는 아이를 얻은 후 씨받이를 내치고 어느 집에서는 그대로 첩으로 눌러앉혔음을 자막으로 알리며 시작한다.
씨받이 또는 첩을 들이는 일이 흔했더라도 그 본처와 첩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아이를 키워 출가시키고 남편이 세상을 뜬 이후에도 단둘이 살아가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소재가 흥미로운 만큼 관객들은 두 할머니가 오랜시간 같이 살게 된 이유와 그에 따른 불화 등에 궁금증이 생기겠지만, 영화는 이러한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두 할머니의 일상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두 할머니가 과거를 돌이켜 어떻게 된 사연인지 육성으로 전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최막이 할머니가 두 아들을 잃고 나서 김춘희 할머니를 직접 들였고 양심 때문에 내치지 못했다는 최소한의 정보만 줄 뿐, 두 할머니는 어떤 심정으로 여기에 이르렀는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두 할머니 사이에 오가는 우정과 측은지심이 상호교차하며 밥을 먹거나 씻거나 일하거나 하는 모든 일상적 과정이 자세히 묘사될 뿐이다. 삶의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넘어서는 어떤 보편적인 삶의 명제에 대한 절절한 울림이 그로부터 생긴다.
‘워낭소리’(2009),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겸비했던 영화에서 나온 풍경이 이 영화에도 곳곳에 있다.
박혁지 감독과 한경수 PD는 이달 초 마을을 다시 찾아 마을회관에서 최막이 할머니의 구순 잔치를 열고 영화를 상영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음악을 맡아 새로 작곡한 곡을 들려준다.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세계 다큐멘터리 관계자들에게 소개돼 독일, 프랑스, 중동, 덴마크, 네덜란드 방송사와 공동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순 제작비 절반이 해외 투자 분이며 해외 배급은 캣앤드독스(CAT&Docs)에서 맡았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