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앉는 가슴
하얀 치마저고리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
괴나리 보짐과 쪽박 지니고
걸어오시는듯
…
가슴에 손을 얹고
강변에 굳어있다
…나는 누구인가?
차고 아픈 바람이
뒤잔등을 자꾸 밀어간다
-피빛두만강 나는 누구인가(두만강변에서)
시인 리순옥(53살·사진)의 작품집 ‘피빛두만강-나는 누구인가’에 실린, 그녀 자신이 제일 애착이 가는 시이다. 또한 이 작품집은 제19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이다. 9월 어느 유난히도 해살 밝았던 날, 특유의 넉넉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리순옥시인을 만났다.
“30년전에 원고지에 처음 시를 끼적였어요. 쓰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는 어렴풋했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어요. 그뒤 틈틈이 메모는 계속했지만 바싹 긴장하고 달려들 엄두가 나질 않았고요. 그래도 포기하고는싶지 않았기에 지금 이렇게 시 한두수쯤은 대충 쓸줄 아는구나 하는 말을 듣고 사나 봅니다.”
그녀가 수상작인 시집을 건네며 하는 말이다.
두만강을 주제로 65편의 시가 담겨진 시집 ‘피빛두만강-나는 누구인가’, 우리 민족의 어제와 오늘과 미래에 대한 끈질긴 탐구가 녀성적 섬세함과 생활적 접근의 옷을 입고 전통시가의 맥을 이어왔다는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단다. 자칫하면 고루한 제재령역과 따분한 표현의 늪에 빠질수 있는 긴 시의 려행을 그녀는 차분히 접근하여 한뜸한뜸 코바늘 봅듯이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때의 풍경과 정서를 그려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오늘에 오면서 우리 민족이 넘어온 그 력사의 순간순간을 시적으로 접근하기에 노력했음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받았다.
“솔직히 지금에야 그때 그 시절 우리 선조가 견뎌왔던 아픔이 제대로 보이네요”라고 속내를 털어놓는 리순옥시인, 시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은 지역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쓰고싶었고 자신의 흐릿해지는 정체성을 파보고싶었다.
이번 작품집을 위해 리순옥시인은 5년의 준비시간을 가졌다. 력사교과서부터 ‘중국조선족이민사’, ‘동북항일운동유적답사기’, ‘중국조선족항일투쟁사’, ‘연변조선족사’ 등 관련자료 탐독은 물론 직접 답사의 길에 나섰다.
룡정시, 도문시, 연길시, 화룡시 그리고 장백산정에 이르는 이 구간은 우리 조상들이 이주한 한 로정이기도 하지만 또 이 구간의 문화유적들은 우리 조선족이주문화를 충분히 대표할수 있는거라 생각되였다는 리순옥시인은 이 구간을 중점적으로 답사하기로 마음먹었단다.
답사 첫 역으로 리순옥시인은 조선과 맞대인 선구촌을 선택 그리고 15만원탈취사건유적지, 김약연, 윤동주, 송몽규의 숨결이 숨쉬는 명동촌과 우리 민족 지성인들의 자존심을 세운듯한 선바위, 서전서숙옛터, 일송정, 청산리, 봉오동 전투유적지 등 많은 곳들을 답사하기에 이르렀다.
“홀로 두만강을 마주하고 서있을 땐 왜 그렇게도 눈물이 흐르던지 지금 생각해도 울컥 하네요.”
그녀는 지금도 가슴 한켠에 이름못할 무언가가 꿈틀거린다고 말한다.
/글·사진=신연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