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집을 나서려는데 아무리 해도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몇 차례시도를 해보니 문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 무언가가 문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가게로 나가보니 밤에 세워둔 차들이 새벽이슬에 흠뻑 젖은 채 서 있었다. 그 중에 무슨 어수선한 도구를 잔뜩 실은 트럭이 문에 바짝 붙어 있었다. 혹시 아는 사람이 세웠나 해서 차를 살펴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고 연락처가 적힌 표시를 부착한 차도 있었지만 그 트럭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남의 집 문 앞에 세웠으면 일찍 빼주려니 하고 그냥 나갔다. 두어 시간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다른 차들은 다 이동을 했는데 예의 그 트럭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난감하기도 하고 화도 나서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신고를 해서 견인을 하도록 하자니 혹시라도 나중에 차주와 맞닥뜨렸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난감한 상황을 떠올리자 그도 내키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그래도 아는 집이라고 믿거라 하고 그러는 경우가 더러 있기도 하다. 하기야 나도 시장을 가거나 다른 볼일이 있어 차를 가지고 나가면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 마음을 졸이던 일을 생각해 화를 누그러뜨리고 한 나절을 그 트럭을 피해 모든 사람들이 가게로 출입을 하는 번다한 일이 벌어졌다.
어딜 가나 주차 대란이라고 할 정도로 주차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건물마다 주차공간이 확보 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눈치껏 주차를 하는 형편이다. 이미 소방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길 건너 한의원이나 치과에 가는 사람들이 의례히 우리 집 앞에 주차를 하면서 양해를 구하는 쪽은 거의 드물고 얌체족들이 태반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그 사람들을 탓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병원 직원들이나 상가 입주자들의 통근차들이 주차장을 점거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얌체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물론 어쩌다 우리와 마주치면 잠깐 다녀온다고 말은 하지만 그들의 잠깐과 우리의 잠깐은 대단한 차이가 있음은 이미 서로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동차는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도로에 나섰다고 하루 종일 운행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주차를 하게 마련이다. 그게 잠시든 오랜 시간이 되든 대개가 잠시 주차중이라는 문구에 연락처가 적힌 주차텍을 유리창에 붙이는 것으로 면책을 기대한다.
생각해 보면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할 때나 무슨 생각을 할 때나 쉼 없이 계속 되지는 않는다. 휴식을 위해 쉬는 경우도 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도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쉬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기도 해서 순조롭게 마무리했던 경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잠시면 족하지 않을까.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목표도 잃고 자신의 정체성 또한 모호해 질 수도 있다. 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혹시 기대하던 일이 어긋나 실망에 처할 때 읽고 있던 책을 덮어 두는 것처럼 잠시 마음을 덮어두면 어떨까? 잠시 주차중이라는 메모를 마음에 붙이고….
너무 오래는 말고 잠시 잘못 들어섰던 길을 찾을 때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