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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의 시작이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들어선다. 불면증인지 밤에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 새벽녘쯤 곤한 잠에 들다보니 아침시간은 늘 벅차다. 서둘러 식사준비를 하면서 대충 청소며 빨래해 널고 출근 준비를 한다.

몇 번을 깨워야 일어나는 아이들 방을 두드리고 관상어에 먹이를 준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간이다. 설거지를 하다 그릇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툭 소리와 함께 그릇의 이가 나갔다. 아뿔사 얼마나 아끼던 그릇인가.

이십여 년을 나와 함께 한 그릇이다. 워낙 어려울 때 장만한 그릇이기도 하거니와 곗돈 대신 받은 그릇이라 의미와 애착도 있는 그 당시에는 고가의 그릇이다. 이 빠진 부위를 찾아 맞춰보니 아귀가 맞는다. 강력 접착제로 붙이니 표시가 났지만 그냥 사용할 참이다.

세월 탓인지 손목이 시큰거리고 팔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그릇을 놓치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이 버겁다. 나물을 삶아 물기를 짜거나 행주를 짤 때 등 손목을 비트는 일이 만만치가 않고 여기저기 파스를 붙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실수를 자주하게 되고 집안일이 버겁기도 하다.

사람이든 그릇이든 한 번 흠집이 생기면 원래대로 되기가 쉽지는 않다. 아침마다 치르는 전쟁이 그렇고 그렇게 바쁘게 움직여도 거들생각은 않고 TV시청만 하며 재촉하는 남편에 대한 야속함과 미움이 그렇다.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하면서도 집안일은 모르는 척 일관하는 사람, 집에만 오면 여기가 아프네 저기가 아프네 하면서 오히려 시중들어주길 바라는 통에 거들어 달라는 말조차 꺼내기도 어렵게 선수를 친다.

매번 얼굴 붉히기도 싫고 서로 감정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 웬만하면 시키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으려 다짐 하지만 힘들고 지치는 날은 짜증도 나고 화도 머리끝까지 치민다. 힘닿는 만큼만 치우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살자고 마음으로 수없이 다짐한다.

흠이 나지 않게 세상은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부부간이나 가족 간에는 더 그러하다. 배려보다는 참견하게 되고 칭찬보다는 타박이 앞선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살면서 가장 상처를 많이 주는 것도 가족이고 힘이 되는 것도 가족이다.

오히려 큰일이면 체념을 하거나 서로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해결하지만 다툼이 되는 것은 사소한 일이거나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큰소리를 내고 감정대립을 하면서 갈등구조로 몰아간다,

아침에 말끔히 설거지를 하고 출근했는데 저녁 늦게 퇴근해보면 식탁이며 개수대에 수북이 쌓인 설거지,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밥 달라는 말과 함께 하루가 힘들었다고 쏟아내는 투정을 쏟아지는 수돗물에 씻어내며 하루를 일과를 마친다.

설거지는 집안을 화목하게 만드는 일이다. 자식들이 쏟아내는 하루의 일정과 푸념을 들어주고 말갛게 씻어주는 일이다. 남편의 응석을 받아주며 하루의 층층에서 울리는 소리를 받아내는 일까지 삶의 얼룩들을 말끔히 씻어 잠재우는 것이다.

잠든 가족의 이브지리를 보듬어주고 불을 끌 때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올라오는 욱신거림이 하루를 살아냈다는 증표가 되고 보람이 된다. 설거지 때론 기쁨이고 때론 버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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