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뜨는 밤
/안주철
달 뜨는 밤이다.
어제저녁 엄마의 발가락에서
뼈 한마디가 떨어진다.
희다. 피에 젖은 뼈는 더 희다.
엄마가 해주는 팔베개를
처음으로 마다하는 밤이다.
-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 창비시선, 2015
달과 엄마는 같은 족속입니다. 엄마를 비롯 모든 여성은 달처럼 순환적 생성을 반복하는 달 동물(lunar animal)입니다. 남자는 근접할 수 없는 생명의 신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생활이 삶을 속여 엄마의 몸에서 뼈마디를 부서뜨리고 있습니다. 하얗게 남은 엄마라는 여자의 형해(形骸) 앞에 우리는 어쩔 수 없습니다. 생명의 숨소리가 하나 둘 빠져나가는 슬픔을 억누르며 시인은 고작 엄마가 내어주었던 팔베개를 되돌려 줄 뿐입니다. 그러나 달이 떠오르는 밤은 재생의 주술이 걸린 밤이기에 엄마, 다시 살아날 것을 간절히 믿을 뿐입니다. 김종삼 시인은 ‘엄마는 죽지 않는 계단’이라 했습니다. 우리가 밟고 한 단계 다른 차원으로 넘어설 유일한 열쇠입니다. 그래서 달이 뜨는 밤에 엄마의 쇠락은 곧 다시 살 것을 희망하게 합니다. /이민호 시인